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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0의 투수전, 가끔씩 필요한 이유

by 노재형 기자
KIA 윤석민은 지난 4일 광주에서 두산 김선우와 팽팽한 투수전을 펼친 끝에 1대0의 승리를 거뒀다. 광주=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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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는 '케네디스코어'라는 말이 있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을 때 TV 토론 도중 "야구에서 어떤 점수가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8대7"이라고 대답한데서 유래된 말이다. 이와 비슷한 의미로 '루스벨트스코어'도 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9대8 스코어를 가장 재미있는 경기로 꼽았다. 두 경우 모두 1점차 승부로 팬들로서는 경기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하지만 둘 모두 타격전의 양상을 띤다. 안타가 많이 터져야 7~9점의 대량 득점이 나올 수 있다. 야구에는 타격전만이 흥미를 주는 것은 아니다. 투수전 역시 타격전 못지 않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팽팽한 투수전을 '피칭 듀얼(a pitching duel)'이라는 표현으로 흥미진진한 경기로 평가한다. 특히 1대0 경기가 주목을 끄는데, 이는 의미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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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나오는가

지난 4일 광주에서 열린 KIA-두산전은 1대0으로 끝났다. KIA가 팽팽한 투수전 끝에 1대0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는데, 선발 윤석민이 8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반면 두산 선발 김선우는 8이닝 1실점의 눈부신 피칭을 펼쳤지만, 윤석민에 밀려 패전을 안았다. 양팀은 지난 5월11일 광주에서 1대0 경기를 펼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윤석민이 승리투수가 됐는데 9이닝 무실점의 완봉승을 거뒀다. 상대 선발 두산 이용찬은 8이닝 1실점으로 완투패를 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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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1대0 경기는 5일 현재 총 9번 나왔다. 이날까지 280경기를 치렀으니, 비율로는 3.2% 정도가 되는 셈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1대0 스코어가 나올 확률이 통계적으로 3% 정도 된다고 한다. 올해 가장 많이 1대0 경기를 펼친 팀은 SK다. SK는 6월1~2일 이틀 연속 KIA를 상대로 1대0으로 승리했고, 그 이전 4월13~14일에는 한화에 1대0으로 2연승을 거뒀다. 5월17일에는 LG에 0대1로 패한 적이 있다. 1대0 승부에서 SK는 4승1패를 기록했다. SK의 경우 선발의 완투보다는 박희수 엄정욱 정우람 등 강력한 불펜진을 가동해 1대0 경기를 펼치는 경우가 많다.

1대0의 미학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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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야구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경기 시간이다. 올해 게임당 평균 경기시간은 이날 현재 3시간15분이다. 지난해 3시간17분이었으니 2분 정도가 단축된 셈인데, 여전히 길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경기 시간을 3시간~3시간5분 정도라고 본다면 1대0 스코어가 아니더라도 투수전이 종종 펼쳐질 필요가 있다. 올해 1대0 승부 9경기의 평균 경기시간은 2시간45분이다. 지난 5월11일 KIA-두산전이 2시간 12분, 7월4일 KIA-두산전이 2시간 18분, 6월1일 SK-KIA전이 2시간19분이 각각 걸렸다.

요즘처럼 살얼음판 순위경쟁이 이어질 때 감독들도 투수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불펜 투수들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발이 완투를 해주거나 7이닝 이상을 던져줄 경우 불펜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다음 경기에 다소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지난 6월22일 목동에서 넥센에 1대0으로 이긴 삼성은 이튿날 선발 배영수에 이어 권 혁 안지만 오승환의 필승조를 가동해 8대5로 또다시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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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전은 또 '수준'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양팀 선발투수가 경쟁하듯 3자범퇴 행진을 이어갈 경우 관중석에서는 박수와 환성이 쏟아진다. 역으로 투수전이 이어지려면 수비수들의 수준 높은 플레이도 필요하다. 실제로 퍼펙트게임이나 노히트노런의 경우 수비수 도움이 없다면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 투수전과 수준 높은 플레이에는 정(正)의 함수 관계가 존재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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