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동성애 가족의 따뜻한 정과 사랑을 담은 뮤지컬 '라카지'
무대는 게이 클럽, 주인공은 동성애 부부와 그 아들.
'우리 현실에 좀 생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서양에서야 동성애가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자기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현대인의 또다른 전형으로 각종 텍스트에서 '각광' 받고 있지만, 우리 현실에선 선뜻 피부에 와닿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막이 오르고,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객석에 앉기 전의 선입견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동성애를 넘어서,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과 정이라는 보편적인 가족애로 드라마가 수렴되기 때문이다.
국내 초연 무대에 오른 '라카지'는 '시카고'와 비슷한 분위기의 쇼뮤지컬 형식을 따르고 있다. 클럽 '라카지'를 구현한 세트는 공연장인 LG아트센터의 모던한 분위기와 묘하게 조화를 이뤄 화려하고 섹시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밤무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답게 쇼걸들(실제로는 남자무용수)의 야한 몸짓과 흐느적거리는 재즈풍의 멜로디들은 관객들을 감미롭게 무장해제시킨다.
화려하고 코믹한 볼거리들 속에서 펼쳐지는 스토리는 상대를 깜쪽같이 속이려다 모든 것이 들통나는 해프닝을 담은 전통 서양 코미디의 문법과 일치한다. 예비 장인장모와의 상견례 자리에 '정상적인' 가족처럼 보이기 위해 빠져달라는 아들의 요구에 게이 엄마 앨빈은 패닉에 빠진다. 남장하고 삼촌 역을 맡기로 타협했음에도 평소의 모습대로 나타나고, 아슬아슬한 가운데 모든 것이 잘 마무리되려는 순간, 비밀이 들통나고 만다.
앨빈 역을 맡은 두 배우 정성화 김다현의 연기가 드라마의 중심을 이룬다. 기껏 키워줬더니 중요한 자리에선 빠져달라는 아들의 요구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함축한다. 서럽고, 화가 나고, 정체성에 대한 해묵은 고민이 다시 일지만, 그 모든 스트레스를 넘어서는 것은 자식에 대한 가슴 밑바닥의 사랑이다.
절규하며 슬픔을 삭이는 정성화의 눈물연기는 압권이다. 통통하고 우락부락하게까지 보이는 그가 정말 '엄마'같다. 모성애가 묻어난다. 구국의 영웅 안중근을 연기했던 배우가 맞나 싶다. 연기의 힘이자 예술의 매력이다. 좀더 여성스럽게 보이는 김다현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웃음속에서 페이소스가 느껴진다.
뮤지컬 넘버들은 조금 옛스럽긴 하지만 부드럽게 드라마의 흐름을 따라간다. 한바탕 요절복통 소동 속에 마무리되는 해피엔딩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지만 막이 내리고 나면 기분이 깔끔하다.
남편 역의 남경주 고영빈의 숨겨놓은 춤 솜씨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 분위기메이커인 하녀 자코브 역을 맡은 김호영의 게이 연기는 물이 오를대로 올랐다. 정말 수다스럽다.
진지함과 코미디, 사회적 이슈와 인간애, 볼거리와 드라마가 적절히 균형을 이룬 뮤지컬이다. 9월4일까지. 1566-7527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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