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해야죠. 제게는 큰 의미가 있으니까요."
KIA 신인투수 박지훈은 '욕쟁이'다. 단, 오해는 금물이다. 박지훈이 하는 욕은 타인을 향해 내뱉는 사전적 의미의 '욕설'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자기 자신에게 거는 '주문'이다. 그저 형태가 '욕'일 뿐, 다른 선수들이 외치는 일반적인 파이팅과 다를 바 없다. 게다가 박지훈이 소리내어 욕을 하는 것을 본 사람은 거의 없다. 모든 욕설은 오로지 머릿속에서만 터져나오기 때문이다.
박지훈의 '욕설 파이팅'은 원래 있던 습관은 아니다. 처음 스프링캠프나 시범경기까지만 해도 여느 신인처럼 잔뜩 긴장한 채 포수의 사인만 보고 던졌다. 그러다 4월 중순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을 계기로 혼자 각오를 다지게 됐다. 여기에는 팀 선배이자 박지훈이 '롤모델'이라고 했던 윤석민의 역할이 컸다. 새하얗게 질린 듯한 표정으로 고전하던 박지훈에게 윤석민은 "좀 더 배짱있게 던져라. 마운드에 올라가면 상대를 꼭 이기겠다고 다짐해야 한다"는 충고를 해준 것.
그 말을 들은 박지훈이 스스로의 투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만든 고육지책이 바로 '스스로에게 욕하기'였던 것. 예를 들면 불펜에서 호출을 받고 마운드에 오르면 잠시 숨을 고르고 속으로 '야 인마 박지훈, 똑바로 던져라. 볼 던지면 죽는다'하는 식이다. 물론 박지훈이 실제로 정확히 어떤 욕을 하는 지는 혼자만이 아는 일이다. 박지훈은 부끄러운 듯 "그냥 이런저런 욕이에요"라고 말을 흐린다.
어쨌든 박지훈은 신인투수로서 팀의 필승조 역할을 맡은 데 대한 심리적 압박감과 첫 풀타임 소화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상대 타자에게 지기 싫은 마음을 '욕설'로 바꿔 스스로에게 퍼부으면서 투지를 끌어내고 있었다. 시즌 전반기에 KIA 선동열 감독이 박지훈을 칭찬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신인답지 않은 배짱이었는데, 그 배짱은 바로 이렇게 탄생된 것이다.
때문에 박지훈은 앞으로도 계속 '욕설 주문'을 이어갈 생각이다. 박지훈은 "전반기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부족한 점도 알게됐고, 내가 무엇을 보완해야 할 지도 선배들로부터 배웠다"면서 "6월 이후 체력이 떨어지면서 별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은 체력을 회복했다. 후반기에도 팀의 승리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더 자신감을 갖고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나 자신에게 하는 욕설 주문은 계속 할 생각"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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