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스위스의 경기가 열리는 시티 오브 코벤트리 스타디움. 경기 1시간 전 갑자기 그라운드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는 우박으로 바뀌었다. 기분 나쁜 징조였다.
본부석이 부산했다. 중심에 백발 노인이 있었다. 이리저리 악수를 나누었다.
같은 시각, 온라인상도 이 백발 노인이 트위터에 쓴 두 문장 때문에 난리가 났다. 'I am in Coventry for two games today. I particularly look forward to seeing the Swiss play Korea Republic!(현재 코벤트리에서 있는 두 경기를 보기 위해 와있다. 스위스가 한국과 경기하는 것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 사람이 단순한 스위스 축구팬이었다면 문제가 크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의 직책이다. 백발 노인은 스위스 국적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제프 블래터였다.
찜찜했다. 스위스전이 열리던 이날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남자 유도 66㎏ 8강전에서 조준호가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에게 판정패했다. 당초 3대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선언했다 번복된 결과였다. 유도 종주국인 일본은 세계 유도계에 영향력이 상당하다. 마찬가지로 국제축구계에 미치는 블래터 회장의 영향력도 대단하다.
실제적인 예도 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다. 심판 경기수당을 쥐고 있는 블래터 회장의 입김에 따른 '스위스 편들기' 의혹이 제기됐다. 스위스의 경기에서 유독 유리한 판정이 많았다. 스위스의 1차전 프랑스전에서는 앙리의 슛을 스위스 수비수가 손으로 막았음에도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다. 2차전 토고전에서는 아데바요르의 페널티킥 상황이 무시됐다. 3차전 상대였던 한국 역시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네 눈물 흘렸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대한축구협회 인사들도 난감해했다. 경기장을 찾은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심판들이 압박 받으면 안되는데"라며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다행스럽게도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경기 시작 직전 날씨는 갰다. 태양이 빛났다. 볼리비아 출신의 라울 오로스코 주심의 판정도 빛났다. 경기 시작 1분만에 카사미의 팔꿈치 가격 반칙에 바로 옐로 카드를 들었다. 공정 판정을 보여주겠다는 의지였다. 블래터 회장이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었다.
코벤트리(영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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