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전을 앞둔 9일 광주구장. KIA 선동열 감독의 표정은 썩 밝지만은 않았다.
전날까지 4연승 행진. 하지만 연승의 달콤함을 즐길 상황이 아니다. 주포 김상현이 오른 무릎 연골 파열 의심 진단을 받고 엔트리에서 빠졌다. 13일 서울 백병원 정밀 검진 결과에 따라 자칫 수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올시즌 출전은 힘들다. 설상가상으로 최희섭마저 몸상태가 썩 좋지 않다는 보고까지 들었다. 이날 최희섭은 급성 복통으로 한국병원에 입원했다가 경기 시작 30분 전에야 야구장에 도착했다. 물론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전지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던 최희섭은 체력 문제로 올시즌 풀타임을 소화하기 힘든 몸상태다. 지난 시즌부터 좌-우 햄스트링을 호소했던 이범호는 부상 재발에 대한 우려로 정상적인 플레이를 못해 엔트리에서 빠져있는 상황. L-C-K포 재결합으로 기대가 높았던 클립업트리오가 다시 해체 위기에 놓인 셈. 가뜩이나 장타에 의한 득점력이 떨어지는 KIA로선 다소 난감한 상황이다.
하지만 선 감독은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즉 새 얼굴 발굴과 잠재력 발굴의 기회로 삼겠다는 뜻이다. 타선에 이용규를 제외하면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는 없다. 하지만 의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에게는 기회다. 누구나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면 기회가 제공되는 상황. KIA 타선에 '보통 선수들의 시대'가 활짝 열린 셈이다. 성공 모델로 접근하고 있는 선수가 이범호의 3루 공백을 메우고 있는 박기남과 김상현의 이탈로 다시 우익수에 배치된 신고선수 이준호다.
'잇몸 야구'의 본격적 가동은 9일 넥센전이었다. 김원섭-나지완-안치홍이 중심타선에 포진했다. "얼핏 약해보이지만 왠지 약할 것 같지 않은 타선"이라는 한 KIA 직원의 말처럼 호락호락하게 물러나지 않았다. 5회 이용규-박기남-김원섭이 만루 찬스를 만들고 4,5번 나지완 안치홍이 해결했다. 꽤 괜찮은 득점 공식이었다. 8회 조영훈이 안타로 출루하자 대타 김주형이 자신의 시즌 2호 투런홈런으로 쐐기를 박았다. 타점을 올린 3명 모두 기존 중심타선의 역할을 메워줘야 할 선수들.
'보통 선수들의 야구'는 부정적 요소만 있는 건 아니다. 축적된 노하우는 부족하지만 제법 긍정적 요소도 있다. 경쟁 분위기가 조성되고, 조직력이 단단해질 수 있다. 최악의 위기는 어쩌면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강력한 선발야구로 파죽의 5연승을 달리며 4강행을 향해 급피치를 올린 KIA 호. 꾸준한 순항 여부는 '보통사람들이 펼쳐갈 야구'에 달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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