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삼성이 최근 1주일 사이에 똑같은 경험을 했다. 상대 선발 다음에 나오는 '세컨드' 투수에게 맥을 못쳤다. 15일 포항 한화전과 21일 대구 롯데전에서 비슷하게 당했다.
한화전에선 5⅔이닝 2안타 1실점을 기록한 우완 송창식에게 끌려간 끝에 1대2로 졌다. 한화 선발 바티스타가 타구에 손등을 맞고 조기 교체된 후 올라온 불펜 송창식의 구위에 눌렸다.
그후 6일만에 또 똑같은 꼴을 당했다. 롯데 선발 이용훈이 4타자를 상대 후 담 증세를 호소하며 강판됐다. 다음 투수 진명호는 3⅔이닝 동안 삼성 타자들을 상대로 1안타 3볼넷 4탈삼진으로 무실점 호투, 롯데의 5대3 승리를 이끌었다.
송창식과 진명호 둘 다 제대로 어깨를 풀 시간 여유 없이 등판했다. 대개 이런 경우 투수가 불리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 타선은 예상치 못했던 투수의 등장에 투수 보다 오히려 더 낯설어 했다.
비단 삼성 타자들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갑자기 상대 마운드가 다른 선수로 교체될 경우 타자들 역시 상대 투수의 구질을 파악하는데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다. 요즘은 선발 예고제가 돼 있기 때문에 선발 투수의 구질에 대해서는 현미경 처럼 파악하고 타석에 들어설 수 있다. 특히 전력분석팀이 잘 갖춰졌고 불펜이 강한 삼성 타자들은 상대 선발을 경기 초반에 무너트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그런데 상대 투수가 난타가 아닌 부상 등의 예기치 않았던 이유로 마운드를 빨리 내려갈 경우 타자들 역시 당황할 수 있다.
송창식과 진명호는 이름값이 높은 선수가 아니다. 삼성 타자들이 많이 상대하지도 않았다. 이들이 우승 후보 삼성 타자들을 상대할 때의 집중력은 평소 보다 높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는 더욱 그렇다. 상대적으로 이런 동기부여가 잘 된 투수들을 상대하는 삼성 타자들은 어려움이 클 수 있다.
야구인들 사이에선 '삼성이 낯선 투수들에게 약하다'는 얘기가 있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갖고 다른 7개팀과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송창식 진명호에게 당했고, 10일 LG 신재웅에게 6이닝 동안 한 점도 뽑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당시 삼성은 LG에 0대5로 완패했다. 프로 8년차 좌완 신재웅은 통산 4승(3패3홀드)을 거둔 선수였다.
삼성 야구에 거는 팬들의 기대치는 높다. 삼성은 이번 시즌 지금까지 팀 타율(0.270), 팀 평균자책점(3.45) 모두 1위다. 이승엽이 가세하면서 타선의 짜임새와 집중력은 지난해 보다 좋아졌다.
최근 두산에 3연승을 거두며 상승 분위기를 탔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진명호 공략에 실패했다. 삼성 타자들의 임기응변이 떨어진다는 쓴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진정한 강팀은 징크스가 적어야 한다. 삼성 입장에선 이런 낯선 투수에게 약하다는 얘기가 자꾸 현실로 드러나는 게 달갑지 않다. 계속 맞아떨어지면 징크스가 되고 만다.
이럴 경우 상대팀은 중요한 순간 삼성을 상대로 이 징크스를 파고 들 수 있다. 의도적으로 선발 투수로 엉뚱한 미끼를 던지고 실제 비장의 카드를 그 다음에 마운드에 올릴 수도 있다.
삼성이 더 강해지려면 이런 징크스가 굳어지기 전에 깨주어야 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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