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하루(월요일) 빼고 6경기를 하는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경기수가 많다 보니 분위기를 자주 탄다. 특히 올해 처럼 팀간 전력차가 크지 않아 시즌 초반부터 중후반까지 치열한 순위 다툼이 벌어질 경우 분위기는 매우 중요하다.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는 비가 이런 흐름에 영향을 준다. 이달초까지 찜통더위가 큰 변수였다면 요즘은 비가 팀 흐름을 좌우한다. 지친 팀엔 달콤한 휴식을 주기도 하고, 한창 상승세를 타는 팀에는 흐름을 끊어 놓는 훼방꾼이 되기도 한다.
선두 삼성은 8월 비의 도움을 간접적으로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두산은 비로 낭패를 본 경우다.
삼성은 이달 초 10경기에서 3승7패로 내리막을 타고 있었다. 불안한 선두였다. 이달 들어 초반 7승3패로 잘 나간 두산이 삼성을 승차 2경기까지 접근했다. 두산이 더 치고 올라오면 삼성은 영락없이 선두 자리를 내줘야 할 것 같은 형국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비가 두산을 발목을 잡았다. 12일 잠실 SK전, 14~15일 목동 넥센전까지 3경기가 연달아 우천 취소됐다. 특히 14일 경기는 두산이 4회말까지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폭우로 '노게임'이 선언됐다.
이후 두산은 16일부터 22일까지 내리 5연패를 당했다. 특히 17일부터 삼성과의 1·2위전에서 3연패를 당해 선두 추격에 실패, 오히려 4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22~23일 대구 삼성-롯데전도 우천으로 열리지 않았다. 삼성은 21일 롯데에 3대5로 졌다. 삼성의 최근 팀 타격은 잘 맞는다고 볼 수 없다. 두산에 3연승하면서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안도했다. 이승엽과 박석민 진갑용은 6~7월 삼성이 높은 승률을 보였을 때 해결사 노릇을 했었다. 그런데 최근 이 3명이 중요할 때 한방을 쳤던 확률이 떨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점수를 뽑아야 할 시점에 내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힘든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시즌 초반 부진했던 최형우 배영섭의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지만 파장은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전 2경기 취소는 삼성이 손해볼 게 없다. 삼성엔 이득이다. 반면 3연승의 롯데는 비 때문에 좋은 분위기가 끊어진 셈이다. 롯데가 경기를 했더라면 선두 삼성과의 승차가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KIA도 비와 악연이다. 이달 초 5연승으로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10일 광주 롯데전이 우천 취소된 후 7연패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SK 같은 경우 6월 29일 인천 LG전 우천으로 노게임 선언된 후 7연패 슬럼프에 빠졌었다. 그때 충격으로 중위권으로 떨어졌다가 상위권으로 올라오는데 약 2개월이 걸렸다.
4강권에 있는 팀 중에서 삼성이 비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삼성은 비로 인해 흐름이 끊어진 적은 없다. 힘겨울 때마다 비가 경쟁팀들의 흐름을 차단해준 적은 있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결국 결과를 놓고 봤을 때 비로 경기가 취소되면서 우리 선수들의 타격감이 떨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 심리적으로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내리는 비를 보면서 하늘만 탓할 수는 없다. 비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좋은 흐름은 이어가고, 나쁜 흐름을 끊어야 한다. 비가 오면 나이 어린 선수들은 잠깐이지만 생각이 야구가 아닌 '콩밭'에 가 있을 수 있다. 이때 야구에 집중할 수 있게 잡아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우천 취소로 생각보다 많은 시간적 여유가 생겼을 때 효과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선수들은 갑자기 사전 일정에도 없는 시간이 생기면 어쩔 줄을 모를 때가 있다. 이때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잘못된 휴식은 경기를 한 것보다 더 피곤할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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