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수들은 작전수행을 잘 하지 못해서…."
공개석상에서, 한 팀의 감독이 하기에는 쉽지 않은 말이었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작전을 내도 우리 선수들이 잘 수행해내지를 못한다. 특별한 작전보다는 선수들에게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리라는 주문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게 양 감독의 연막작전인줄을 누가 알았을까.
양 감독은 8일 열린 1차전을 앞두고 "자기팀 선수들을 욕하는 감독이 누가 있겠느냐"며 미디어데이 행사 특성상, 팬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말들을 꾸미다 농담조로 그런 말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렇다고 확실한 작전야구를 천명하지도 않았다. "자세히 설명하면 전력이 노출된다"고 말하며 껄껄 웃은 양 감독은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주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26일 부산 두산전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스퀴즈 2방을 한이닝에 터뜨렸던 것처럼, 득점을 위해 다양한 작전을 펼칠 것임을 암시했다.
양 감독의 이런 의지가 확실히 드러난 대목이 1차전에 있었다. 연장 10회 손아섭의 스퀴즈 장면이었다. 롯데는 5-5로 팽팽하던 균형을 황재균의 결승타로 깨뜨렸다. 이어진 1사 2, 3루의 찬스. 타석에는 롯데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손아섭이었다. 타자가 손아섭이기에 번트를 대리란 예상이 힘들었다. 여기에 경기의 균형이 깨지며 두산 덕아웃과 야수들의 긴장이 풀어진 순간이었다. 손아섭의 스퀴즈에 두산 내야진은 허를 찔린 듯 당황했다. 결국 공을 잡으려던 투수 김강률과 1루수 오재일이 충돌했다. 두산이 손아섭의 스퀴즈 번트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나온 결과였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작전을 쓰지 않겠다는 양 감독의 말에 "우리와의 경기에서 한이닝 2번의 스퀴즈가 나왔다. 그 때 감독님이 정말 독하게 마음먹으셨다는 걸 알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잘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차전 지략대결은 양 감독의 판정승이었다. 일단은 양 감독의 연막작전이 성공한 셈이 됐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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