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여곡절 끝에 KT 유니폼을 입은 서장훈(38).
그의 이미지는 항상 엇갈렸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1990년대 연세대 시절부터 한국농구를 이끌어 온 '국보급 센터'. 프로에 들어와서도 그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1998~1999시즌부터 7시즌 연속 평균 20득점 이상을 기록했다.
2명의 용병이 뛰는 틈바구니 속에서 골밑에서 한국농구의 자존심을 지킨 것은 그가 유일했다. 두 차례의 우승도 차지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었다. 팀내 선수들과 불화설이 항상 돌았다. 희생정신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있었다. 자신의 기록에만 치중하는 플레이를 펼친다는 비판도 있었다.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은 '피해자'의 이미지가 아닌 '가해자'의 이미지로 농구팬에게 각인되곤 했다. 농구팬 사이에서도 이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오해도 있었다. 서장훈은 "2000년대만 하더라도 내가 잘해야 팀이 잘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그럴 수 있었다. 골밑의 핵심, 그것도 스코어러가 궂은 일만을 할 수는 없는 일.
판정어필에 대한 거친 이미지도 오해였다. 당시 서장훈은 골밑에서 많은 불이익을 받았다. 하지만 판정은 냉정했다. 그는 "할 만한 항의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험상궂은 내 모습 때문인지 오히려 비난의 화살이 나에게 오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LG에서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 그는 받아주는 구단이 없었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만 현실이기도 했다. 유일하게 KT 전창진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를 이대로 보낼 수 없다"고 했다. 서장훈에게 유일하게 러브콜을 보낸 구단이 KT였다.
전 감독은 서장훈을 존중했다. 하지만 직, 간접적으로 분발을 촉구했다. 팀내 간판선수가 아닌 팀 최고참으로의 역할을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전술을 수립할 때 서장훈의 약점인 좁은 수비폭에 대한 고려를 철저하게 했다. 대단한 감독이다. 전 감독의 배려 속에 서장훈도 변했다.
그는 부진에 빠진 팀을 위해 23일 팀 미팅을 소집했다. 집중력과 정신력 강화에 대한 분발을 촉구했다. 팀과 융화되기 위한 서장훈의 행동은 그동안 보기 드물었다.
실전에서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24일 잠실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 공격이 실패했을 때 악착같이 백코트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예전 '이기적인 플레이를 펼친다'는 비난의 가장 큰 원인이 느린 백코트였기 때문이다.
외곽포 뿐만 아니라 골밑에서도 사투를 벌였다. 4쿼터 중반 골밑으로 돌진하면서 조성민의 패스를 받아 슛을 성공시키는 컷 인 플레이는 변화의 상징과 같은 움직임이었다.
또 하나, 판정에 대한 항의가 줄었다. 전 감독은 시즌 전 "(서)장훈이가 판정에 대한 항의를 줄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기에 좀 더 집중하라는 의미.
이날 4쿼터 서장훈에게 두 차례나 애매한 상황이 일어났다. 삼성 수비는 거칠게 대응했지만 휘슬은 불리지 않았다. 서장훈은 가볍게 항의한 뒤 이내 경기에 집중했다. 이날 17득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궂은 일을 하면서 동시에 세운 기록이라 의미있다. 서장훈이 달라졌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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