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올드팬들에게 해태(현 KIA)는 원망의 대상이었다. 해태는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10년 이상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 고비 때마다 발목을 잡았다. 삼성은 해태만 만났다 하면 허무하게 무너졌다. 당시 해태 왕조를 이끈 가장 인상적인 두 주인공이 김응용 감독과 선동열 감독이었다. '코끼리' 김 감독은 당시 강력한 카리스마로 해태의 기라성 같은 스타들을 휘어잡았다. '무등산 폭격기' 선 감독은 묵직한 직구와 명품 슬라이더로 삼성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해태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밥먹듯 해 가을잔치가 지겨워질 때 삼성은 '우리는 언제 우승 한번 해보나'하며 하늘만 쳐다봤다.
보다못한 삼성그룹은 해태의 우승 유전자를 삼성 구단에 이식시키겠다는 용단을 내렸다. 삼성 구단의 홈이 대구이고 해태의 본거지가 광주임을 감안할 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해태의 녹을 먹었던 김응용 감독과 선동열 감독이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는 것 자체가 지역정서상 쉽게 용납되지 않았다. 삼성팬들에게 무척 굴욕적인 일이었다. 삼성 선수를 거쳐 코치를 하고 있던 류중일 삼성 감독에게도 쇼킹한 일이었다. 1등을 해야 하는 삼성그룹이 내린 결정에 소름이 돋았다.
김응용 감독은 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삼성의 한을 풀어주었다. 뒤이어 2004년말 삼성 사령탑을 넘겨받은 선동열 감독은 2005년과 2006년 2연패했다. 그리고 둘은 2010시즌을 끝으로 삼성과 이별했다. 새 사령탑에 오른 삼성 레전드 출신 류중일 감독은 그 여세를 몰아 2011년과 올해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내년, 한국야구는 볼만하다. 진정한 영호남의 대결 구도가 그려졌다. 최근 김응용 감독이 한화 사령탑에 올랐다. 김 감독은 해태 왕자의 핵심 세력이었던 김성한 수석코치와 이종범 코치를 영입했다. 힘없는 한화야구에 해태야구를 이식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선동열 KIA 감독도 내년을 벼르고 있다. 류 감독은 1일 SK를 4승2패로 꺾고 2연패를 달성한 후 "그동안 선동열 감독님의 그림자를 지우고 싶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동등한 입장에서 맞대결하게 됐다. 선 감독과 류 감독은 나란히 두 번씩 우승해봤다.
지난해말 고향 KIA 사령탑에 오른 선 감독은 올해 페넌트레이스에서 삼성과 붙어 6승12패1무로 크게 밀렸다. 코치로 데리고 있던 류 감독과의 맞대결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기분이 좋았을 리 없다. 선 감독은 일찌감치 선수단을 데리고 일본으로 가 강도높은 마무리 훈련으로 내년을 기약했다.
해태의 피가 흐르는 김 감독과 선 감독은 우승의 노하우를 알고 있는 승부사들이다. 내년이면 이제 3년차 사령탑인 류중일 감독 보다 수많은 경험을 했다. 또 둘은 이미 각자의 구단에 전력보강을 요청했다. 또 우승을 위해 싸우겠다고 외쳤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KIA와 한화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위 삼성을 무너트리기 위해 김 감독과 선 감독은 그들이 배우고 익힌 모든 걸 쏟아부을 것이다. 둘은 스승과 제자 이상의 신뢰를 갖고 있다.
김 감독은 한화와 2년 계약했다. 3년 계약한 선 감독은 내년이 두번째 해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마지막해인 2014년엔 급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2년 연속으로 삼성의 우승 제물이 된 SK와 이만수 감독도 더 독한 마음으로 겨울을 날 것이다. 우승에 목마른 롯데와 두산도 삼성의 독주가 달갑지 않다.
삼성과 류중일 감독은 2013년에 더 거센 도전을 받게 돼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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