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반전의 드라마라 불린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에 재미있다.
결과가 예상과 늘 같다면? 스포츠의 묘미는 반감된다. 그런 면에서 이번시즌 LG 농구의 선전은 신선하다. 인기 회복을 꿈꾸는 KBL에 있어 신선한 동력이다. LG는 삼성과 함께 패기 넘치는 젊은 팀으로 리그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팀. 시즌 전 LG는 최악의 평가를 받던 팀 중 하나였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토종 선수는 10개 구단 중 최악이란 평가도 있었다. 말을 못했지만 김영환을 비롯한 선수들은 자존심이 상했다. 오기로 독을 품을 수도 있고, 반대로 위축감에 자신감이 뚝 떨어질 수도 있던 상황.
김 진 감독은 선수들의 이러한 극과극의 상반된 감정을 에너지로 승화시켰다. 눈 앞의 성과보다는 조금 더 멀리보고 개개인의 자신감을 갖게 하기 위해 애썼다. 김 감독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자신있게 슛을 쏠 수 있도록 끊임 없이 독려한다. 실패해도 뚝심있게 밀어부친다. 시행착오, 당연한 일이다. 대가가 따른다. 때론 경기운영이 미숙한 젊은 선수들이 결정적인 순간 흐름을 망치기도 한다. 같은 맥락 속에 다치기도 한다. 하지만 보람이 더 크다. LG 젊은 선수들은 매 경기 좋아지고 있다. 그 속도도 빠르다. '양궁 농구'란 별명을 부를 정도로 팀 컬러로 자리잡은 부동의 3점슛 1위팀(평균 7.9). 위대한 실패의 반복이 있어 가능했다.
23일 창원에서 열린 전자랜드전. LG 농구의 현주소를 보여준 한판 승부였다. LG는 3쿼터까지 4점 차로 지고 있었다. 문태종 포웰 등 노련한 '해결사'를 보유해 4쿼터에 강한 전자랜드. 사실상 승부는 전자랜드 굳히기로 끝날 듯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신인 박래훈이 4쿼터 중반 무리한 돌파를 시도하다 문태종과 충돌로 허리를 다쳐 실려나간 상황.
하지만 패기의 LG 농구에는 반전이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신인 조상열이 있었다. 1쿼터에 3점슛 1개를 성공시킨 뒤 번번이 실패했던 조상열. 벤치도 본인도 포기할 법 했지만 김 진 감독은 뚝심있게 조상열 카드를 밀어붙였다. 베짱 두둑한 신예도 4쿼터에만 3점슛 3개를 성공시키며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유병훈과 함께 역전승을 이끈 주역으로 우뚝 섰다.
김 진 감독은 경기 후 "우리 팀은 선수층이 두터운 편이 아니다. 슈팅에 장점을 가지고 있는 선수를 끊으면 흐름을 이어갈 수 없다.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슛이 안들어가더라도 계속 던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조상열은 열심히 하는데다 그만한 베짱이 있는 선수"라며 뚝심 기용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끊임 없는 젊은 피 발굴. 이쯤되면 '화수분 농구'다. LG세이커스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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