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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유소년농구단 '글로벌 프렌즈', 희망의 슛을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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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국민체육센터에서 진행된 다문화가정 유소년 농구단 '하나투어 글로벌 프렌즈'팀이 단국대학교 농구단으로부터 1일 레슨을 받은 뒤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맨 왼쪽이 천수길 글로벌 프렌즈 감독. 사진제공=하나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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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너 농구해보지 않을래? 친구들도 많이 만날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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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운동장 흙바닥에 앉아있었다. 철퍼덕 주저앉은 아이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커다란 운동장에 혼자 그렇게 덩그러니 앉은 아이가 할 수 있는 놀이라곤 그냥 땅바닥을 끄적이는 것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본 천수길 감독(53)이 아이 옆에 나란히 앉아 물었다. "얘, 너 왜 집에 안가고 이러고 있니?". 아버지의 짙은 갈색 피부와 커다란 눈망울을 물려받은 그 아이는 말했다. "지금 가봤자 집에 아무도 없어요." 천 감독은 다시 물었다. "근데 왜 혼자 흙장난만 하니? 친구들하고 놀지않고" "…" 또박또박 대답을 곧잘 하던 아이는 천 감독의 이 말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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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비슷한 경우에 처한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수없이 봐 온 천 감독은 아이의 침묵이 의미하는 바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얘, 너 나랑 농구하자. 좋은 친구들도 많이 있어" 만면에 가득 미소를 지은 거구의 아저씨가 내민 손에 이끌려 아이는 흙 대신 농구공을 손에 들었다. 다문화가정 유소년 농구단 '글로벌 프렌즈'의 출발이다.

◇천수길 글로벌 프렌즈 감독(맨 왼쪽)과 송기화 코치(왼쪽에서 두 번째)가 10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단국대와의 연습경기에 앞서 선수단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하나투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에게 쥐어준 '희망'의 농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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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고와 단국대에서 선수로 활약했던 천 감독은 대한농구협회 홍보이사와 총무이사 등을 역임한 뒤 현재는 한국농구발전연구소 소장의 직함을 갖고 있다. 주요 업무는 다문화가정 어린이 농구단 '글로벌 프렌즈'와 보육원 어린이들로 이뤄진 '드림팀'의 운영이다. '드림팀'과 '글로벌 프렌즈팀'에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소장'이라는 직함보다는 '감독님 또는 선생님'이라고 불린다. 천 감독과 함께 농구 명문 인천 송도고에서 신기성과 김승현 김선형 등 한국 최고의 가드들을 키워낸 송기화 코치가 아이들의 지도를 맡고 잇다.

천 감독은 지난 9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도에서 '글로벌 프렌즈'팀의 전지훈련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프렌즈팀은 현재 총 30여 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번 전지훈련에는 18명이 참가했다. '글로벌'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다른 나라 출신인 '다문화 가정'의 초·중등생이 팀의 대다수를 구성하고 있다. 이 아이들의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태어나 자란 나라는 방글라데시와 모로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일본 캐나다 등 다양하다. 천 감독이 따져보니 모두 13개 나라나 된다고 한다. 이 외에도 부모가 모두 한국 출신인 아이도 3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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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고국이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아이들은 엄연히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자라고 있는 '한국인'이다. 유전에 의해 피부색이나 생김새가 조금 다르긴 해도, 김치와 개그맨 '유재석'을 좋아하는 그냥 평범한 보통 한국 아이들인 것이다.

하지만 그 동안 우리 사회는 이 아이들에게 차갑기만 했다. 다문화 가정과 그 안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시시각각 늘어만 가지만, 그들에 대한 배려나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려는 노력과 이해심은 부족하기만 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틀림'으로 몰아가는 편협함은 결국 다문화 가정과 그 아이들을 소외의 벽으로 몰아갔다. 천 감독이 우연히 만난 '흙장난 하는 아이' 역시 그런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슬픈 자화상이었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이들 역시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끌어앉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역시 '다문화가정 자녀세대의 자질 양성' 등 '다문화 공약'을 주요 선거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천 감독은 '선구자'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글로벌 프렌즈'가 첫 발을 뗀 것이 2010년이니, 벌써 3년간이나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에게 농구를 가르쳤기 때문이다. 천 감독은 "글로벌프렌즈 팀에 소속된 아이들 중에는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거나 부모님이 모두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자꾸 겉돌게 되는데, 농구를 통해서 함께 어울리고 건강해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이 아이들도 다 똑같은 우리 아이들이다"고 말했다.

천 감독이 이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단순히 '농구'만이 아니다. 협동이 중요한 단체스포츠 농구를 하면서 배려와 인내심을 배운다. 또 혼자가 아닌 함께 어울리는 즐거움도 익힌다. 친구도 많이 늘어났고, 이제는 더 이상 타인의 낯설고 차가운 시선이 두렵지 않다. 천 감독이 이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은 '희망과 사랑'이었다.

◇다문화가정 유소년 농구단 '글로벌 프렌즈'가 10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 해수욕장에서 백사장을 뛰며 체력을 단련하고 있다. 사진제공=하나투어
'제2의 글로벌프렌즈'가 나타나야 '제2의 전태풍'도 있다

글로벌프렌즈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2년째 제주도로 전지훈련을 올 수 있던 것은 든든한 후원사를 만났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의 여행전문기업으로 13년 연속 해외 여행 및 항공권 판매 1위를 달성해 온 '㈜하나투어'에서 '글로벌 프렌즈' 농구단에 대해 모든 지원을 하기로 나선 것이다. 팀 운영 초기에는 천 감독의 사비나 몇몇 자선가들의 도움으로 힘겹게 운영되던 '글로벌 프렌즈' 팀은 지난 5월 19일 '하나투어 다문화 어린이 농구단 글로벌 프렌즈'라는 공식 명칭으로 재창단됐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정식 창단식까지 치러냈다. 2011년부터 시작된 농구단을 지원해 온 하나투어가 '글로벌 프렌즈'팀의 운영을 전적으로 책임진 셈이다.

천 소장은 "참 고맙고 감사한 일이었다. 그렇게 큰 회사에서 좋은 일을 나서서 맡아주니 아이들도 훨씬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게 됐다. 유니폼과 신발 등 장비도 잘 갖춰졌고, 이전까지는 여의도 공원에서 훈련했지만, 올해부터는 초등학교 체육관을 대관해서 쓰기로 했다. 이 역시 하나투어의 도움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하나투어 최준석 대리는 "회사에서는 여러가지 사회공헌사업을 많이 진행하고 있었다. 글로벌 프렌즈와의 인연도 이런 일환에서 이어지게 됐는데,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뿌듯해진다. 다른 여러 기업들도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위해서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지훈련 역시 하나투어가 모든 일정과 비용을 제공하는 형태다. 전지훈련이라고는 해도, 사실상 아이들에게는 '겨울 여행'이나 마찬가지다. 2박 3일 일정 중 단국대 농구부와 합동 연습 및 경기 일정이 한나절 잡혀있을 뿐, 대부분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박물관 등 관광지를 돌아보는 일정이다.

◇'글로벌 프렌즈' 농구단 멤버인 최일리야스(9)와 김선아(10)가 지난 9일 제주 전지훈련 1일차 일정으로 찾은 제주 아이스 뮤지엄 '버킷리스트 체험관'에서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하나투어
아이들은 신이났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아버지를 둔 김선우(12)-김선아(10) 남매는 "얼음박물관도 보고, 농구도 하고, 기분이 최고에요"라며 웃었다. 해맑은 미소가 하루 종일 아이들의 입가에 머물러 있었다.

천 감독에게는 소망이 하나 있다. '글로벌 프렌즈'같은 팀이 여러개 생겨나 서로 교류전도 하고, 나아가서는 하나의 리그로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규모가 커지고, 더 많은 아이들이 농구공을 손에 잡다보면 '제2의 전태풍'같은 엘리트 선수들도 여럿 나올 것이라는 게 천 감독의 생각이다. 천 감독은 "다문화가정 출신 아이들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신체적으로도 그렇고, 외국어 구사능력도 뛰어나다. 우리 사회가 이런 인재들을 돌보지 않는다면 언젠가 크게 후회할 때가 올 것"이라며 "여러 기업들이나 한국프로농구연맹, 대한농구협회 차원에서 유소년농구 특히 다문화가정 어린이를 위한 농구사업에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천 감독의 '아름다운 희망'이 현실로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제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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