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변한 스타플레이어 한 명 없다. 부상자는 수두룩하다. 프로농구의 '명가'로 불렸던 삼성의 얘기다.
삼성은 10일까지 13승16패로 5위를 달리고 있다. 4위 KGC와는 한 게임차. 4위부터 8위까지 1.5게임차의 초접전 양상이지만, 하위권으로 여겨졌던 삼성의 고군분투가 놀랍다.
가드진의 줄부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김승현이 시즌 전 목 디스크로 수술대에 올랐고, 팀을 잘 이끌어주던 이정석도 무릎 부상으로 한 달여간 빠져 있었다. 황진원도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가드는 볼을 운반하고, 돌려야 할 중요한 포지션이다. 하지만 삼성에는 게임 리딩을 할 만한 가드가 없었다. 10일 창원 LG전 직전까지 4연패의 수렁에 빠진 이유다. 이시준 이관희 박병우 등이 분전했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10일 경기 역시 패색이 짙었다. 4쿼터 초반 21점차까지 점수가 벌어졌다. 모두들 따라 잡기 힘든 점수차라고 판단하던 순간, 삼성은 기적처럼 점수차를 좁혀가기 시작했다.
한 번 분위기를 타니 거침이 없었다. 당황한 LG는 실수를 연발했다. 78-69로 앞서 있던 LG는 단 한점도 득점하지 못하고 78-78 동점을 허용해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전은 완벽한 삼성의 분위기였다. 이동준의 득점으로 포문을 연 뒤 박병우, 이시준이 연속으로 5점씩 냈다. 12점차 역전, 일찌감치 승부가 갈렸다.
삼성 김동광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을 칭찬했다. 그는 "모처럼 우리 선수들이 집중력을 보여준 경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LG가 조금 방심하지 않았나 싶다. 무엇보다 연장전에서 우리 선수들의 집중력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21점차를 따라간 선수들, 김 감독도 달아오른 선수들의 분위기를 느꼈다. 연장에선 4쿼터처럼 수비에 신경쓰자고만 주문했다. 선수들은 공수에 걸쳐 집중력을 발휘했다. 알아서 잘 했다. 특히 앞선에서 이시준 박병우의 활발한 움직임도 돋보였다. 삼성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렸던 가드진이었다.
김 감독은 "감독이 한 게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1승보다는 버러진 점수차를 뒤집은 집중력, 이런 경기도 이길 수 있다는 경험을 한 게 수확이다"라고 했다.
처음부터 강팀은 없다. 날 때부터 스타플레이어도 없다. 현재 상황이 좋지 않지만, 삼성은 이리저리 부딪히며 '성장'해가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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