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32)은 아직 해리 레드냅 QPR(퀸즈파크레인저스) 감독의 시야에 있었다.
사실 불안했다. 27일(이하 한국시각) 잉글랜드 3부 리그 밀턴 케인스 돈스와의 FA컵 32강 홈 경기(2대4 패) 이후 입지 변화가 감지됐다. 당시 67분을 소화한 박지성은 '이중 폭탄'을 맞았다. 교체아웃될 때 홈 팬들의 야유를 들었다. 레드냅 감독에게도 공개 비난을 당했다. 지난 10년 간 유럽에서 쌓은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듯 보였다. 일각에선 불투명한 미래를 전망했다. 박지성이 남은 시즌 레드냅 감독의 구상에서 빠질 수도 있다는 애기였다.
통상 이런 경우 감독은 비난의 대상이 된 선수들을 출전 명단에서 제외하곤 한다. 그러나 박지성의 이름은 다행히 지워지지 않았다. 30일 맨시티전(0대0 무)에서 교체 명단에 포함됐다. 그라운드는 후반 44분 밟았다. 미드필더 에스테반 그라네로와 교체돼 추가시간까지 5분 간 뛰었다.
이날 경기 막판 박지성의 투입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긍정적인 시각은 무승부를 지켜내겠다는 레드냅 감독의 확실한 잠그기 카드로 박지성이 활용됐다는 점이다. 레드냅 감독은 떨어진 팀 기동력을 높이기 위해 박지성을 첫 번째 교체요원으로 택했다. 무엇보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상황이었다. 맨시티의 파상공세를 많은 활동량으로 막아달라는 주문이 포함돼 있었다. 리그 꼴찌 QPR은 2위 맨시티를 상대로 무승부만 거둬도 높은 성과를 달성하는 셈이었다. 박지성은 감독의 주문을 충실히 수행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시간 보내기용 교체 카드였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난을 받은 뒤 나선 경기였다. 또 공격 자원인 박지성의 역할이 '수비용'으로만 국한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박지성이 안심할 수 없는 이유가 또 있다. 반드시 QPR의 강등 탈출을 이끌 중요 자원이라고 여겨져 맨시티전 18명의 출전 명단에 포함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레드냅 감독의 파업성 선수 기용 때문이다. 레드냅 감독은 지난 경기에서 자신이 비난한 박지성, 파비우, 그라네로를 각각 선발과 교체로 출전시켰다. 또 교체 명단에는 골키퍼를 2명이나 포함시켰다. 토니 페르난데스 QPR 회장에게 대놓고 필드 플레이어 중 중용할 선수가 부족하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박지성의 팀 내 입지는 안갯 속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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