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결과만 존재하는 비정한 승부의 세계다. 프로감독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언제든지 물러나야하는 숙명을 지녔다. 시즌 중이라도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감독을 흔히들 '파리목숨'에 비유하기도 한다.
6일(한국시각) 알렉스 맥리쉬 감독이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경질됐다. 부임한지 41일만의 일이었다. 이유는 성적부진이었다. 영국 챔피언십(2부리그) 소속의 노팅엄 포레스트는 맥리쉬 감독 부임 전까지 7위를 달리고 있었다. 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는 6위와는 불과 승점 1점차였다. 노팅엄 포레스트는 스코틀랜드 대표팀과 버밍엄, 애스턴빌라 등을 지휘한 '감증된' 맥리쉬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노팅엄 포레스트는 7경기에서 단 1승에 그치며 중위권으로 추락했다. 설상가상으로 선수영입을 두고 구단과 갈등까지 빚으며 41일만에 경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41일이면 구단직원들 이름도 파악하지 못할 시간이다.
그러나 맥리쉬 감독도 리로이 로세니어 감독 앞에서는 장수 감독이다. 로세니어 감독은 2007년 5월 17일 잉글랜드 4부리그 토키 유나이티드 감독직에 올랐지만, 단 10분만에 경질됐다. 사정은 이렇다. 당시 토키 유나이티드는 인수과정에 있었다. 로세니어 감독이 선임될 무렵, 인수가 결정됐다. 새롭게 최고경영자가 된 콜린스 리는 바로 폴 버클을 새로운 감독으로 임명하며 로세니어 감독에게 세계 최단명 감독의 불명예를 안겼다. 영국언론은 그의 경질을 두고 '겨우 계란 세개를 끓일 수 있는 시간만 머물렀다'고 했을 정도다.
로세니어 감독만 아니었다면 데이브 바세트 감독 역시 만만치 않은 기록을 갖고 있다. 1981년부터 윔블던 감독직을 수행하던 바세트 감독은 1984년 크리스탈팰리스로 와달라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바세트 감독은 단 4일간 업무를 본후 마음을 바꿨다. 그는 다시 윔블던으로 돌아갔다. "심각히 고려했지만, 올바른 일이 아니라는 감정이 들었다"는 말과 함께. 바세트 감독은 크리스탈팰리스 팬들에게 증오의 이름이 됐다. 재밌게도 바세트 감독은 12년 후 크리스탈팰리스 감독이 됐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K-리그 최단명 감독의 불명예는 황보관 전 FC서울 감독이 갖고 있다. 황보 감독은 4월 26일 사임 의사를 표하며, 지난 1월5일 서울 감독 취임식을 가진 지 불과 111일 만에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1월 8일 포항 스틸러스 사령탑에 취임했던 레모스 올리베이라 감독이 그해 5월 10일 사퇴하면서 기록했던 123일보다 12일이 빨랐다.
그렇다면 세계 최장수 감독은 누구일까. 주인공은 프레드 에베리스다. 에베리스 감독은 1902년부터 1948년까지 무려 46년간 웨스트브로미치를 이끌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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