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두산의 일본 전지훈련장인 미야자키시 기요다케 구장. 10일 두산은 처음으로 자체 청백전을 가졌다.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분위기.
그러나 긴장감은 팽팽했다. 한 선수가 평범한 플라이를 날렸고, 1루에서 2루로 뛰던 도중 속도를 늦췄다. 그러자 홍성흔은 "어디 아프냐"라고 소리질렀다. 선수단 전체에 긴장감을 풀지 말라는 의미.
다음날 오전. 두산은 시뮬레이션 훈련을 했다. 이종욱이 친 타구가 중요부위에 맞았다. 하지만 그는 타석에서 고통을 견뎠다. 그러자 벤치에 있던 홍성흔은 "괜찮아 종욱아. 좋아. 잘 참았어. 강해지고 있어"라고 소리쳤다. 당연히 선수단 전체는 웃음이 터졌다. 한 코칭스태프가 "성흔아 말 때문에 지치겠다"고 하자, 홍성흔은 "연봉값해야죠"라고 능청맞게 받아쳤다.
●에피소드 2
두산 김진욱 감독은 10일 내심 작정하고 있었다. 전지훈련을 온 지 이미 열흘이 지났다. 3월 초까지 해야 하는 전지훈련. 강한 연습으로 녹초가 된 선수들의 긴장감이 풀어질 수 있는 시기.
김 감독은 "선수단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코칭스태프에서 쓴소리를 할 시기가 됐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10일 자체 청백전이 타깃이었다. 그는 "아무래도 청백전은 긴장이 같은 팀 선수들이 하다보면 경기 중 긴장이 흐트러질 수 있었다. 그래서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긴장감을 주려고 개입하려 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필요가 없었다. 홍성흔의 한마디로 다시 긴장감은 조성됐다. 김 감독은 "할 얘기가 없더라. 선수들 자체적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응집력을 다지고 있기 때문에 코칭스태프의 쓴소리가 필요없는 상황이 됐다. 그 중심에는 홍성흔이 있다"고 했다.
올해 홍성흔은 파격적으로 주장 자리를 맞았다. FA(자유계약선수)로 롯데에서 두산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직후였다. 그는 1999년부터 두산에서 10시즌을 뛴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하지만 2009년 롯데로 이적, 4년의 공백이 있었다. 그런 그가 다시 주장을 맡았다. 지난해 두산은 특유의 응집력이 많이 무뎌졌다. 팀훈련이나 실전에서 분위기도 많이 떨어졌다. 팀 분위기를 이끌어 줄 적임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두산이 홍성흔을 영입한 것은 홈런포에 대한 갈증과 더불어 특유의 친화력으로 팀을 결집시키는 그의 능력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 기대에 120% 부응하고 있는 홍성흔이다. 김 감독은 "홍성흔이 제대로 분위기를 이끌어주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경쟁체제에서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홍성흔도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팀의 응집력을 높히기 위해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나의 몫"이라고 했다. 후배들 뿐만 아니라 팀 최고참 김동주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홍성흔은 "(김)동주 형에게 '많이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자 형도 '최선을 다해서 돕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미야자키(일본)=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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