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31점.
17일(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2013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얻은 점수다. 피겨 선수는 생명력이 짧다. 전성기의 기량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김연아(23)는 달랐다. 그녀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보여준 압도적 기량을 다시 한번 재연해내는데 성공했다. 아니, 오히려 진화했다. 그녀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획득한 218.31점(쇼트프로그램 69.97점+프리스케이팅 148.34점)이 그 증거다.
김연아가 최고의 모습을 보인 대회는 역시 밴쿠버 동계올림픽이다. 그녀는 쇼트프로그램 78.50점과 프리스케이팅 150.06점을 더한 228.56점이라는 어마어마한 스코어로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세계신기록이었다. 당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007 제임스본드 메들리'와 프리스케이팅 '조지 거쉰의 피아노협주곡'을 연기했다. 김연아의 밴쿠버올림픽 프로토콜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쇼트프로그램의 기본점수는 34.90점에 수행점수(GOE)는 9.80점이었다. 예술점수(PCS)도 33.80점을 얻었다. 트랜지션을 제외하고는 모두 8점을 넘었다. 프리스케이팅은 더욱 대단하다. 기술점수가 78.30점에 이른다. 기본점수 60.90점에 수행점수는 17.40점이나 된다. 모든 요소마다 가산점을 받았다. 스핀은 최고레벨인 4를 인정받았다. PCS도 71.76점을 얻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쇼트프로그램 '뱀파이어의 키스'와 프리스케이팅 '레미제라블'을 연기했다. 올림픽과 비교해 기본점수가 낮아졌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스파이럴 시퀀스(활주 연속동작)가 하나 빠졌고, 프리스케이팅의 스파이럴 시퀀스도 기본적인 안무 동작인 코리오 스파이럴로 대체됐다. 일부 점프의 기본점수도 약간 낮춰졌다. 허리가 좋지 않은 김연아는 부담이 되는 요소를 최대한 배제했다. 그러나 김연아는 이같은 불리함을 모두 뛰어넘었다. 점프와 스핀 등 12개의 구성 요소 모두에서 가산점을 받았다. PCS는 더 환상적이다. '곡 해석' 항목에서 사상 처음으로 3명의 심사위원이 10점 만점을 주는 등 모든 항목에서 완벽한 평가를 받았다. 10점을 단 한 개라도 받은 선수는 김연아가 유일하다. 김연아가 세계선수권에서 받은 PCS 점수 73.61점은 밴쿠버올림픽 때보다 높은 점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채점 방식 변경 하에서 얻은 점수라는 점이다. 올림픽때는 100%의 가산점이 주어졌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새로운 규정으로 인해 가산점이 80%만 주어진다. 김연아가 이번 프리스케이팅에서 얻었던 점수를 밴쿠버올림픽 방식으로 계산해보면 역대 최고인 155점에 달한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롱에지 지적을 받은 트리플플립의 가산점까지 계산하면 본인이 세운 세계신기록을 훨씬 뛰어넘는 결과가 나온다. 그녀는 올해 초 국내에서 열린 2013년 KB금융그룹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프리스케이팅에서 145.80점을 받았다. 완벽한 연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일본 언론을 비롯한 몇몇 매체는 '국내에서 열린 대회라 어드밴티지를 받았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김연아는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으며 비판의 목소리를 완벽히 잠재웠다.
끝을 모르는 김연아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경쟁자는 오로지 그녀 자신이다. 지금의 컨디션만 유지해도 카타리나 비트(독일) 이후 26년 만에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러나 그녀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게 김연아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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