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킬러? 자신감이 붙는 기분 좋은 별명이다."
이근호(28·상주)가 카타르전에서 중동킬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근호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5차전에서 후반 15분 헤딩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중동팀을 상대로 얻은 11번째 득점이다. 탁월한 위치선정이 돋보였다. 카타르 수비진이 페널티에어리어 왼쪽 바깥 모서리에서 크로스를 올린 박원재(전북)에게 시선이 몰린 사이, 무주공산인 문전 정면으로 파고들어 헤딩골을 성공시켰다. 60분 내내 답답한 흐름에 그쳤던 최강희호에 가뭄의 단비와 같은 골이었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최전방에 김신욱(울산)을 타깃맨으로 세우고 이근호를 섀도 스트라이커로 세우는 4-4-2 포메이션을 채택했다. 일종의 히든카드였다. 이근호는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소화하면서 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중앙 뿐만 아니라 측면 공격을 이끌면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전반 11분에는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단독장면을 만들어 냈고, 전반 36분에는 이청용(볼턴)에게 득점과 다름없는 장면으로 연결되는 크로스로 공간을 열었다. 후반 35분 손흥민(함부르크)에게 바통을 넘겨줄 때까지 중앙과 측면을 분주히 오가면서 살림꾼 역할을 했다.
이근호는 경기 후 "측면에서 꾸준히 크로스가 올라와 좋은 위치에 서려고 했는데, 박원재(전북)가 정확히 연결을 해줬다"고 득점 장면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중동팀 상대 11골은) 중동팀과의 경기에 많이 뛰어서 얻은 것 같다"며 "중동킬러라는 별명은 자신감이 붙는 기분 좋은 별명"이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지난 2월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 이근호를 제외했다. 군 입대 후 받은 5주 기초 군사훈련으로 인해 컨디션을 정비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근호가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상주에서 뛰면서 맹활약을 하는 가운데에도 A대표팀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근호는 최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면서 제 역할을 다 했다. 이근호는 "사실 오늘 100% 몸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풀타임에 욕심을 내기보다 힘을 남기지 말고 주어진 시간을 뛰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카타르전의 옥에 티는 답답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이근호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카타르 선수들이 수비 중심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연구를 많이 했다. 때문에 측면을 노렸다. 다른 경기에 비해 중앙 플레이가 적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중앙으로 패스가 몰렸다면 상대 역습에 노출될 수 있었다. 공격진은 훈련에서 약속했던 플레이를 잘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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