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장관 등의 임명 동의를 위한 청문회를 보면 후보자의 비리 의혹에 대해 추궁하면 후보자가 "예전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 장면을 더러 볼 수 있다.
프로야구 감독들에게도 그런 건망증이 있나보다. 기억하는 것이 뻔한데도 애써 머리속에서 지우려한다.
SK 이만수 감독과 LG 김기태 감독의 머리에도 지우개가 있었다.
SK는 개막전인 30일 4-2로 리드하다가 8회 정성훈에게 만루홈런을 맞고 4대7로 역전패했다. 분명 아쉬운 경기. 그러나 이 감독은 31일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젊은 선수들이 너무나 잘해줬다. 비록 졌지만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기분이 좋았다"라고 했다. 선발인 레이예스에 대한 칭찬도 늘어놨다. "어제 최고의 피칭을 했다. 경기후 아쉽다고 했더니 '그게 야구'라고 하더라"며 실력과 함께 승리가 날아간 것에 크게 게의치 않는 마인드도 칭찬.
그러나 박진만과 최윤석의 실책 얘기가 나오자 갑자기 건망증에 빠졌다. "어제 경기는 기억이 안난다. 오늘이 중요하다"고 했다.
전날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LG 김기태 감독에게도 잊혀진 기억은 있었다. 좋은 베이스러닝을 했던 문선재나 만루홈런을 친 정성훈 등 많은 선수들을 칭찬하던 김 감독은 "지난해와 비교해 좀더 팀이 끈끈해진 것 같냐"는 질문에 "작년은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 어떻게 시즌을 치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지훈련부터 선수들에게 그런 것(끈끈함)에 대해 많이 주문을 했다. 쉽게 죽지 않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범경기서 2주를 원정을 다니면서 선수들의 컨디션이 조금 떨어졌는데 개막전서 잘해줬다. 1경기만 보고 말하기엔 이르지만 좀더 끈끈해 지지 않겠나"라고 했다.
감독이 애써 머릿속에서 지우는 경기가 적은 팀이 순위표의 위쪽에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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