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슈퍼매치다. 싸늘했던 날씨, 문제가 안됐다. 팬들의 열기가 더 뜨거웠다.
14일, 올시즌 첫 슈퍼매치는 스토리가 많았다. 최용수 서울 감독의 상대가 바뀌었다. 서정원 감독이 새로 수원 지휘봉을 잡았다. 둘은 맞수 연세대(최 감독)-고려대(서 감독) 출신이다. 또 서 감독은 친정(당시 LG)인 서울과 법적 분쟁까지 있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1년간 뛴 뒤 수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재미난 앙숙관계다.
차두리(서울)와 정대세(수원)의 만남, 그야말로 핫이슈였다. 최 감독은 예상을 깨고 차두리를 선발로 내보냈다. 둘은 독일시절, 남다른 우정을 나눈 사이다. 팬들은 더욱 열광했다.
결과는 1대1 무승부였다. 서울은 마지막 3분을 견디지 못했다. 수원징크스는 또 깨지지 않았다. K-리그 클래식 첫 승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수원으로서는 거의 놓쳤던 경기였다. 정대세의 예상치 못한 퇴장, 악재중의 악재였다. 라돈치치의 동점골이 나왔으니 다행이다. 안그랬다면 그는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했을 것이다.
왜 그랬을까. 슈퍼매치의 의미가 그만큼 크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정대세는 경기전 "죽을 각오로 임하겠다"는 비장감을 내비쳤다. 그전부터도 슈퍼매치에서는 꼭 이기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부담감과 의욕 과잉, 인정한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하지만 프로선수로, 팀의 주축 공격수로서 경솔했다. 끝까지 경기장을 지키지 못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팬에 대한 예의도 아니었다.
이날 정대세는 서울의 집중마크를 받았다. 다 예상했던 일이다. 더군다나 차두리까지 출전했다. 여러모로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렀을 것이다. 잘하고 싶은 욕심도 컸을 것이다. 다른 경기도 아닌 슈퍼매치였으니까.
전반 7분에 경고를 받았다. 김진규에게 거친 태클을 했다. 서울의 수비는 더 따라붙었다.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었다. 많이 답답해했다.
그러다 전반 39분, 대형사고를 쳤다. 공을 잡고 있는 서울 골키퍼 유상훈을 뒤에서 찼다. 너무나 어이없는, 한편으로 웃음밖에 나오지 않은 장면이었다. 수원벤치는 어안이 벙벙했다. 두번째 경고, 퇴장을 당했다.
다시 봐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 뒤 수원은 숫적열세의 부담을 안고 뛰었다.
경기 뒤 정대세는 "의욕을 갖고 뛰었는데 실수해서 아쉽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세게 부딪히지는 않았다. 경고 받았다는 사실을 잊었다"고 했다. 운동장의 열기에 휩싸였다는 의미다. 이어 "팀메이트에 미안하다. 11대10으로 뛰면 힘들다. 동료들이 내 몫까지 뛰어줬다. 내 실수로 팀 승리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이 미안했다"며 "좋은 분위기 속에서 슈퍼매치를 치렀는데 팀성적과 달리 나의 첫 슈퍼매치는 불만이다"고 했다.
그 불만, 사실은 팬들이 더 컸다. 차두리와 더 뛰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라운드에서의 멋진 플레이를 기대했다.
경기 뒤에는 차두리가 정대세를 찾아갔다. 차두리는 "(퇴장 장면에 대해)뭐한 것인지 물었다. 자기도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 정대세가 퇴장당한 것은 사실 웃겼다. 그 나름대로의 즐거움이었다"고 했다. 지옥과 천당을 오간 서 감독은 "본인은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느냐. 큰 경기에 본의 아니게 퇴장당해서 심적으로 힘들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이런 계기를 통해 더 거듭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미팅을 통해 얘기하겠지만 스스로 이런 상황을 잘 파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3만7000여명의 팬들이 찾았다. 슈퍼매치의 열기를 뜨겁게 느꼈다. 양팀 선수들은 거친 숨과 땀방울을 쏟아내며 뛰었다.
하지만 정대세가 마지막까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분명 남는다. 어떻게 보면 슈퍼매치의 또 다른 재미라고 볼 수 있다. 슈퍼매치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빅매치라는 의미도 된다. 독일시절부터 정대세가 꿈꿔왔던 무대였으니 말이다. 사실, 이런 게 축구이기도 하다. 라이벌전의 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쉬움은 아쉬움이다. 서 감독의 말대로 그 아쉬움은 본인이 더 클 것이다. 다음 슈퍼매치에서의 정대세, 더 큰 뉴스가 될 것이다. 아쉬움을 날려버릴 큰 활약을 기대해본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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