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대비가 돼있었다. 지난해의 쓰디쓴 기억이 좋은 '예방주사'가 된 셈이다.
KIA 타선이 연일 불을 내뿜고 있다. 놀라운 페이스다. 팀 득점은 독보적 1위(106점)다. 유일하게 100점을 넘겼다. 경기당 안타 역시 10.07개로 삼성(11.07개)에 이어 2위다. 타율 3위(2할8푼5리) 팀 홈런 공동 3위(12홈런) 등 대부분의 공격지표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21일 인천 SK전에서 사상 처음으로 L-C-K(이범호 최희섭 김상현)포가 나란히 홈런을 쏘아올리는 등 조짐이 좋다. 선발진은 연일 호투하고, 타선의 중심들이 살아나는 모습. 'Again 2009'를 외칠 만한 이유다. 한국시리즈 10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당시와 묘하게 상황이 묘하게 오버랩되고 있다.
그 중심엔 KIA의 철저한 '부상 로테이션'이 있었다. 주전 선수 중 부상자가 발생했을 땐,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의 대처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KIA는 미리 준비된 '대체재'를 투입하고 있다. 부상으로 인한 포지션의 연쇄 이동이 아닌, 다른 선수들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시즌 전엔 이와 같은 모습이 '잉여 전력'으로 보일 수도 있다. 같은 포지션에 과도하게 많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KIA 외야진을 살펴보자. 부동의 톱타자 이용규에 FA(자유계약선수) 최대어 김주찬이 두 자릴 꿰차는 건 당연했다. 여기에 남은 한 자리를 두고 내부 FA 김원섭과 군입대를 미룬 나지완, L-C-K포의 마지막 퍼즐 김상현, 만년 유망주 신종길 등이 경쟁을 펼쳤다. 지명타자 한 자리가 있긴 했지만, 타팀 입장에선 너무나도 부러운 경쟁이었다.
하지만 KIA는 지난해 팀의 부흥을 이끌 것이라 기대했던 L-C-K포가 단 한 차례도 함께 기용되지 않는 아픔을 겪었다. 부상이 문제였다. 비단 지난해 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는 2009년 우승 이후 익숙한 광경이었다.
선동열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훈련부터 '부상 방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선수단에게 항상 강조했던 부분이다. 훌륭한 자원, 그것도 한 두명도 아닌 이들을 보유하고도 부상으로 한꺼번에 자리를 비웠을 때 감독이 느끼는 허탈함은 상상을 초월할 수준이다.
스프링캠프가 끝난 뒤에도 "부상 없이 캠프를 마무리해 기쁘다"는 말부터 꺼낼 정도였다. 그만큼 부상은 선 감독을 비롯한 KIA 구단 전체를 '노이로제' 수준으로 괴롭혔다.
부상은 언제나 '변수'다. 계산되지 않은 곳에서 발생한다. 올시즌에도 초반 맹타를 휘두르던 김주찬이 사구로 인해 손목이 부러졌다. 그리고 4번타자 자리에서 불을 뿜던 나지완도 허리 통증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주찬의 공백은 신종길이 혜성처럼 나타나 메웠다. 특히 이탈 직후 공백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활약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22일 현재 타율 4할에 1홈런 13타점 4도루로 맹활약하고 있다.
올시즌 김상현은 외야 경쟁에서 밀리면서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좌타자인 김원섭과 상대 선발투수 유형에 따라 번갈아 출전하기도 했다. L-C-K포의 한 축으로서 자신감이 상할 만도 했다. 하지만 나지완이 잠시 자리를 비우면서 김상현에게 고정적인 기회가 왔다. 지난 17일 LG전부터 4경기 연속 안타에 21일엔 마수걸이 홈런까지 터뜨렸다.
누구 하나 자리를 비워도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이게 바로 KIA가 원했던 이상적인 타선의 모습이다. 부상이 생겼을 때, 조속한 치료와 재활로 빠른 시일 내에 복귀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게 대체 자원이다. KIA의 원활한 '부상 로테이션'은 V11을 향한 중요한 퍼즐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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