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사상 한번도 없었던 10점차 역전패.
기적을 만들어낸 SK의 분위기야 너무나도 좋을 수 밖에 없지만 그 충격의 상대가 된 두산의 분위기는 어떨까. 당연히 이기는 경기를 역전패한 다음날 대부분 팀들의 훈련 분위기는 조용하다. 취재진이 선수나 감독에게 말을 걸기도 힘든 팀도 있다.
그러나 두산의 덕아웃 분위기는 달랐다. 오히려 자신들의 아픔을 웃음의 소재로 만들었다. 홍성흔은 방망이를 들고 배팅 케이지로 나가면서 "저긴(SK) 월척을 낚았고, 우린 얼척이 없었다"며 덕아웃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현수는 비가 살짝 내리는 그라운드에 잠시 나갔다가 덕아웃으로 오면서 전혀 젖지 않은 훈련복을 가리키며 "비가 너무 많이 와요. 옷이 다 젖었어요. 오늘 못하겠네"라고 했다. 일부러 약한 모습을 보이려는 장난.
특히 평균자책점 0의 철벽방어를 하다가 첫 블론세이브를 하게 된 마무리 오현택에게 동료들의 장난이 계속 됐다. 역시 홍성흔이 앞장섰다. 홍성흔은 "현택아, 네가 나가서 이긴 경기가 몇 경기인데 한번 블론세이브한 것으로 힘들어하지마. 어제 그냥 한경기를 진거야"라고 위로를 하더니 "그 한경기가 데미지가 커서 그렇지"라고 말했다. 주위 사람은 물론 오현택마저 웃었다. 지나가던 민병헌도 "오, 나이스 피처~"라고 놀렸다. 룸메이트인 노경은은 전날 패전투수가 돼 방으로 들어와 누워있는 오현택을 보고 크게 웃었다고. 오현택은 "경은이형이 놀리듯이 크게 웃더니 나에게 '마무리투수가 3번하면 특급이고 보통 5번은 한다. 넌 이제 처음이니까 아직도 4번 남았다'고 위로해줬다"고 했다.
오현택은 "덕아웃에 있는 냉장고에 물을 가지러 갔다가 옆에 계시던 감독님께 웃으며 인사를 했는데 감독님께서도 웃으시며 웃으니까 보기 좋다고 하셨다"면서 "평균자책점 0이 깨져서 홀가분하다. 볼넷을 많이 내줘서 진게 아니고 안타를 맞아서 괜찮다"고 했다. "오늘도 대기다. 나가게 되면 어제 경기 생각하지 않고 자신있게 던지겠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웃으면서 칼을 갈았다. 두산은 경기 시작과 함께 1번 이종욱의 2루타를 시작으로 SK의 선발인 에이스 조조 레이예스를 밀어부쳐 5회까지 9점을 뽑아내며 전날 역전패의 아픔을 씻어냈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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