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석 대신 마운드에 선 이유는?'
6일 목동구장서 열리는 넥센과 삼성의 경기를 앞두고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삼성 선수들의 배팅 훈련 시간에 이승엽이 배팅볼 투수로 마운드에 선 것. 드물기는 하지만 선수들이 경기 전 볼을 던져주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선발 라인업에 드는 선수가, 그것도 타자인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승엽은 배트 대신 손가락 사이에 볼을 여러개 끼워 타자들을 향해 힘차게 공을 뿌렸다. 이승엽에 앞서 채태인도 배팅볼을 던졌다. 즉 두 선수 모두 이날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뜻도 됐다.
당초 상대팀 선발이 좌완일 경우 왼손잡이인 김정수 매니저가 배팅볼을 주로 던진다. 팀별로도 워낙 좌완 배팅볼 투수가 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매니저가 몸이 좋지 않다보니 두 선수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15분씩 나눠 희생을 한 셈이다.
이승엽이 마운드에 서자 팀 동료들은 "오~ 청룡기 우수투수상 받았던 실력 나오네"라며 즐거운 표정. 볼을 다 던진 후 채태인은 "승엽이형은 청룡기 우수투수상(99년·경북고), 저는 황금사자기 감투상(99년·부산상고)을 받은 투수 출신이니 던질만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승엽은 4~5일 넥센전에서 10타수 1안타에 그칠만큼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4일 경기에선 초반 2번의 찬스에서 모두 병살타를 치며 3번 타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예상대로 이승엽은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올 시즌 처음이다. 가장 최근의 경우 지난해 10월6일 광주 KIA전에서 제외된 적은 있었지만 당시는 이미 순위가 확정된 상태라 컨디션 조절 차원이었다. 따라서 국내 복귀 후 성적이나 컨디션 문제로 빠진 적은 사실상 첫번째라 할 수 있다. 이날 넥센 선발이 좌완 강윤구라는 점도 감안됐다. 이승엽 대신 박석민이 올 시즌 처음으로 1루수로 나섰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나도 선수 시절 페이스가 좋지 않을 때는 구장에 나오기 너무 싫었던 적도 많았다"며 "승엽이가 잘 안 맞고 있어 한번 쉬게 해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타석이 아닌 덕아웃에서 생각할 시간을 가지면 나아질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목동=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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