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을 그리며 휘어지는 슛은 그대로 골문을 외면하는 듯 했다. 하지만 볼은 거짓말처럼 골키퍼의 손을 스쳐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었다. 골을 성공시킨 뒤 벤치를 향해 내뱉은 포효는 한 순간의 실수로 떠안고 있던 마음의 짐을 내던지는 몸부림이었다.
강철군단의 맏형 노병준(34·포항)이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10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과의 2013년 FA컵 16강전에서 팀이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13분 그림같은 프리킥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성남의 철통수비에 고전을 거듭하던 포항은 이 골로 균형을 맞춘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겨 디펜딩챔피언의 자존심을 지켰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노)병준이를 뺐으면 큰일날 뻔 했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전반전이 끝난 뒤 교체할 생각이었다. 좀 더 의지를 보여줬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그대로 후반전에 내보냈는데, 그게 적중했다."
노병준은 전반기 14경기 중 9경기에 나섰으나, 단 한 개의 공격포인트도 작성하지 못했다. 선발 출전은 고작 3번 뿐이었다. 투지 실종이 무엇보다 아쉬웠다. 설상가상으로 별 생각없이 트위터에 남긴 글로 집중포화를 맞았다. 황 감독에게 불려가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 구단 자체 징계로 포항 지역에서 20시간의 사회봉사활동까지 했다. 맏형의 체면이 서지 않았다. 그라운드 안팎이 시련이었다.
황 감독은 절실함을 강조했다. 어린 후배들과 견줘도 손색이 없는 기량 뿐만 그라운드에 서겠다는 열망을 보고자 했다. 방황하던 노병준도 화답했다. A매치 휴식기간 동안 포항 송라클럽하우스와 경기도 가평으로 이어진 팀 훈련에서 묵묵히 땀을 흘렸다. 그라운드를 달구던 수다는 감췄다. 실력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이럼에도 운명의 여신은 노병준을 향해 미소를 보이지 않았다. 후반기 개막 후 포항이 치른 3경기 중 2경기에 선발로 나섰으나, 90분을 채우지 못했다. 어쩌면 FA컵은 노병준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을 지도 모른다. 노병준의 포효는 기쁨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성남전 득점은 노병준이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날의 활약상을 되돌아 보면 분위기를 타면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단 한 경기의 활약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터닝포인트가 되기에 충분한 골이었다. 무엇보다 황 감독의 기대에 부응한 것 뿐만 아니라 위기에서 팀을 건져내는 맏형 역할까지 톡톡히 수행하며 팀 전체 분위기를 달구는 효과를 가져왔다. 뒤늦게 걸린 발동이지만, 아직 갈 길이 먼 만큼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성남=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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