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에는 좀 쫄았죠."
17일 광주구장. 원정팀 한화 덕아웃에서 김성한 수석코치가 대뜸 누군가를 불렀다. 노크 배트를 든 채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던 한 인물이 그 부름을 듣고 덕아웃으로 다가온다. 전날 경기에서 처음으로 3루 작전주루 코치를 맡았던 '레전드' 출신 이종범 코치였다. 김 수석코치는 대뜸 "이 코치, 어제 얼굴보니까 쫄았던 거 같던데? 신문에도 아주 크게 실렸더라고."라며 농담을 건넸다.
이종범 코치는 전날 광주 KIA전에서 올해 처음으로 3루 작전주루코치로 나섰다. 이전까지는 1루 주루코치를 맡았었는데, 코치로서의 경험이 꽤 쌓였다고 판단한 김응용 감독이 3루 작전주루 파트를 맡긴 것이다. 현역시절 뛰어난 주루 센스와 공격성을 보였던 이 코치가 작전주루를 맡으면 한화 선수들이 보다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를 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기대한 것이다.
이 코치의 3루 작전주루 코치 데뷔전은 결과적으로는 성공이었다. 9회초 1사까지 2-3으로 끌려가던 한화는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며 연장으로 경기를 몰고 갔고, 연장 12회 초에 대거 5점을 내면서 결국 8대3으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수석코치도 이런 식의 농담을 이 코치에게 건넬 수 있었다. 1루 주루코치에 비해 3루 작전주루코치는 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 사인체계도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벤치에서 순간적으로 나오는 작전을 타자들에게 빠짐없이 전달할 수 있기 때문.
게다가 외야 타구가 나왔을 때 주자들의 진루에 대한 사인도 내야 한다. 공격적으로 다음 베이스를 노릴 것인지, 아니면 일단 참고 기다릴 것인지를 즉각 판단해야 한다. 김 수석코치가 "쫄은 것처럼 보였다"고 한 이유도 이렇게 갑자기 많은 일을 하게되면서 긴장하지 않았느냐는 말이다.
이 코치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3루 작전주루코치 임무가 만만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 코치는 "솔직히 3회까지는 쫄아있었다. 긴장이 많이 되더라"고 밝혔다. 아무리 현역시절 레전드 선수였더라도 낯선 보직은 힘이 들고 긴장이 됐던 것. 그러나 이 코치는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3회가 지난 뒤부터는 평소와 똑같이 임했다"면서 "어제 경기에서는 정확히 번트 사인 3회와 히트앤드런 사인 2회가 나왔다. 그리고 내가 임의대로 1차례 사인을 냈다. 연장 12회초 1사 만루때 한승택에게 웨이팅 사인을 보냈다"고 상세히 밝혔다.
옆에서 이 설명을 들은 김 수석코치는 "사실 한승택에게 웨이팅 사인을 낸 것은 매우 잘한 것이다. 기다리라는 사인을 내고 싶어도 벤치에서는 하기 힘든데, 이 코치가 스스로 잘 했다"고 덧붙였다.
16일 경기에서 3-3으로 맞선 연장 12회초 1사 만루 때 한승택은 KIA 베테랑 서재응을 맞이해 볼카운트 3B1S의 유리한 상황에 있었다. 서재응의 제구력이 별로 좋지 않아 볼넷을 기다리는 편이 더 좋았는데, 이 코치가 이 흐름을 읽고 웨이팅 사인을 낸 것이다. 결국 한승택은 풀카운트에서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작전주루코치 데뷔전임에도 이 코치의 야구센스가 빛을 발한 장면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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