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 팀 가장 강한 뒷문을 자랑하는 구단은 어디일까.
울산 현대는 첫 손가락에 꼽힌다. 최인영 김병지 서동명 김영광 김승규 등 태극전사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한 선수들이 모두 울산 출신이다. 올 시즌 주전으로 활약 중인 김승규는 울산 유스 시스템이 만들어낸 걸작이다. '울산 백업이면 다른팀 주전'이라는 우스개소리가 나올 정도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이후 선수 육성, 특히 골키퍼 부분에 투자를 한 결실이었다.
30일 경북 영덕군민운동장에서 열린 제1회 영덕대게배 전국유소년축구대회(주최:경북 영덕군, 주관:스포츠조선, SBS ESPN, 비트윈 스포츠&엔터테인먼트) 12세 이하 결승전에 출전한 울산 유스팀 골키퍼 이태경군(12·울산월계초)은 울산 골키퍼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손색이 없는 실력을 발휘해 관계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뛰어난 킥 뿐만 아니라 상황판단, 경기 조율 능력 등 모든 부분에서 중학생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경기를 지켜 본 관계자는 "초등생 시절 저런 경기력을 펼치는 것은 경험과 훈련 만으로 되는게 아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울산은 이 군의 선방 속에 강정훈FC를 1대0으로 제압하고 대회 초대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울산 12세 이하 유스팀 창단 후 첫 전국대회 우승이었다.
사실 이 군의 본 포지션은 공격수였다. 지난해 팀 골문을 지키던 골키퍼가 팀을 떠난 뒤 어부지리로 골키퍼 장갑을 물려 받았다. 킥력이 다른 선수들보다 뛰어나다는 이유에서였다. 곽진서 감독 역시 "그저 뻥뻥 앞으로 차기만 하라"며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이 결정은 '신의 한 수'였다. 이 군은 불과 1년 만에 또래 초등생을 뛰어 넘는 재능을 발휘했다. 김영광 김승규가 플레이를 확인한 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다. 선수 생활을 하다 부모 반대 탓에 축구화를 벗어야 했던 아버지 이춘식씨(43)가 물려준 재능이 발판이 됐다. 이 씨는 20년 가까이 울산 서포터스로 활약해왔다. 거의 모든 홈 경기를 아버지와 함께 찾은 아들이 선택한 클럽은 '울산' 뿐이었다.
이 씨는 "아들이 처음 축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속으로 뿌듯했다"면서 "공격수보다 골키퍼 자리에서 더 재능을 발휘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충고도 잊지 않았다. "지금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갈 길이 구만리다. 어떻게 노력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이 군은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K-리그 클래식 경기에 출전하는 게 꿈이다. 아직은 골키퍼보다는 화려한 공격수 자리에 미련이 남는단다. "열심히 축구해서 박지성형보다 더 유명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영덕=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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