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가 아쉬운 재역전패를 당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10일 필리핀 몰 오브 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린 필리핀과의 2013년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4강전에서 4쿼터 2분여까지 앞서다 막판 수비에서 허점을 보이며 79대86으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3~4위전으로 밀려나 11일 같은 장소에서 대만과 3위를 다투게 됐다. 앞서 열린 이란과 대만의 4강전에서는 이란이 79대60으로 승리하며 결승에 선착했다.
만약 이날 승리를 거둬 결승에 올랐다면 이란과의 결과와 상관없이 최소 2위를 차지, 내년 스페인에서 열리는 남자농구 월드컵(구 세계선수권대회)에 무려 16년만에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지만 아쉽게 패하면서 대만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한국 선수들은 2만명의 필리핀 홈 관중들이 가득 들어차 일방적인 응원전이 펼쳐졌음에도 불구, 전반을 39-36으로 앞서며 마쳤다. 하지만 8강전까지 한국 농구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질식 수비'가 이날만큼은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한국의 수비가 그동안 빅맨들이 버티던 팀들을 상대로 효과적으로 작동했지만, 가드를 무려 7명이나 번갈아 활용하며 빠른 농구를 펼친 필리핀의 앞선을 제대로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중력 부족으로 세컨드 리바운드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는 등 리바운드 싸움에서 27-38로 뒤진 것도 패인이었다.
사실 필리핀은 NBA에서 뛰던 귀화 선수 마커스 다우잇을 포스트로 기용, 개인기와 높이에 의존하는 팀이었지만 다우잇이 한국의 협력수비에 자주 막힌데다 2쿼터 중반 부상으로 빠지자 가드를 중심으로 하는 농구로 전환했고 결과적으로 이는 한국 수비에 혼선을 줬다.
한국은 3쿼터 시작하자마자 이날 스타팅 멤버가 아니었던 1m76의 단신 제이슨 윌리엄스에 3골을 연속 허용하며 역전을 당했다. 필리핀은 3쿼터에서 윌리엄스와 함께 테노리오, 알라파그 등 가드들이 외곽에서 3점포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한국에 최대 10점차까지 앞서갔다.
하지만 한국에는 김민구(22·경희대)가 있었다. 김민구는 3쿼터 필리핀이 일방적으로 앞서갈 수 있었을 때 기죽지 않고 외곽에서 과감한 3점포를 3개나 꽂아넣으며 한국의 막판 추격전을 가능하게 했다. 김민구는 4쿼터 시작하자마자 2개의 3점포를 연달아 꽂아넣었고, 기세를 탄 한국은 이승준이 거친 몸싸움을 이겨내고 2개의 골밑슛을 성공시킨데 이어 또 다시 김민구가 3점포 성공에다 보너스 원샷까지 성공시키며 경기 종료 4분40초를 남기고 72-73까지 쫓아가는데 성공했다. 여기서 속공에 이은 이승준의 덩크슛까지 터지며 한국은 74-73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막판 필리핀의 가드진을 못 막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2분20초를 남기고 가드 알라파그에 역전포를 허용한데 이어 데 오캄포와 알라파그의 3점포가 연달아 림을 통과하며 종료 54초를 남기고 점수는 순식간에 5점차까지 벌어졌다. 집중력과 체력이 떨어진 한국 앞선 수비진의 실수였다.
비록 한국은 필리핀에 패하며, 월드컵 진출 확정을 미뤄야 했지만 대학생 선수 김민구를 재발견하는 나름의 소득을 거뒀다. 김민구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과감한 3점포를 무려 5개나 꽂아넣는 등 이날 양팀 선수 통틀어 가장 많은 27득점을 쏟아붓는 대활약을 펼쳤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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