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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의 13개월, 과연 실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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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했던 등장만큼 쓸쓸한 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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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감독이 또 한 번 상처를 안게 됐다. 2008년 눈물 속에 성남 일화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5년 만에 강원FC에서 시즌 중 경질되는 아픔을 맛봤다. 제주와의 2013년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에서 대패한 직후 임은주 대표이사로부터 통보를 받았다. 김 감독은 "어느 정도 예견했던 일"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가슴 한 켠의 시린 마음까지 숨기진 못했다.

과연 김 감독이 강원에서 걸었던 길은 실패였을까. 김 감독의 재임기간은 13개월 뿐이다. 그러나 이 시간동안 김 감독이 남긴 족적이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김상호 전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은 뒤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빠르게 안정시켰다. 그라운드에서는 서슬퍼런 눈빛으로 불호령을 내리지만, 클럽하우스에 들어가면 감독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웃음과 농담을 아끼지 않았다. 고된 훈련 속에서도 선수들은 '뒤끝없는' 김 감독을 믿고 따라 응집력을 발휘했다. 포항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지쿠를 데려와 핵심 선수로 키운 것도 김 감독의 작품이다. 성남 시절 모따 두두 등 개성 강한 외국인 선수들을 조련했던 경험이 그대로 발휘됐다. 지쿠는 지난해 후반기 강원에서 17경기를 뛰면서 9골-4도움의 대활약으로 잔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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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의 행보가 실패로 지적받아야 하는 본질에는 시도민구단의 한계가 있다. 열악한 재정 속에 살림살이를 꾸리기조차 쉽지 않은 여건에서 감독의 전술 만으로 팀을 다지는데 한계가 있다. 부상과 징계 같은 변수까지 겹치면서 그렇잖아도 옅은 스쿼드에 타격은 점점 커졌다. 지쿠는 집중견제에 애를 먹었고, 김은중의 컨디션 난조도 악재였다. 중과부적의 상황에서 김 감독이 내놓을 만한 카드는 사실상 전무했다. 때문에 김 감독은 강등경쟁이 본격화 되는 스플릿 일정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계획이었다. 정규리그 종료 4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일각에선 '호랑이 선생님' '공부하는 지도자' 타이틀을 달고 다녔던 김 감독에게 이번 경질이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김 감독이 강원에서 걸어온 13개월의 행보는 실패로 단정짓기 힘들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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