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괴물 류현진. 괴물투수가 마음 먹고, 이를 악물고 던지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잘 보여준 1회말이었다.
류현진은 31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전에 선발로 등판, 6⅓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13승째를 챙겼다. 시즌 15승 전망을 밝게 하는 희망투였다.
특히, 이날 투구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1회말이었다. 류현진은 경기 시작하자 마자 94마일의 강속구를 뿌렸다. 150km가 훌쩍 넘는 강속구. 단순히 구속 문제가 아니었다. 평소와 다르게 경기 초반부터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 확실히 눈에 띄었다. 경기 중계를 하던 허구연 MBC 해설위원이 "이를 악물고 던지는게 보인다"고 했을 정도.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비율을 줄이고 과감하게 직구승부를 이어갔다.
이유가 있었다. 류현진은 지난 25일 보스턴과의 경기에 등판해 1회 4실점 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직구 구속이 90마일(약 145km)에 그치며 보스턴 타자들에게 집중타를 허용했다. 비단 보스턴전 뿐 아니었다. 올시즌 유독 1회 약한 모습을 보여왔던 류현진이다. 보스턴전 이후 1회 징크스가 집중조명되기 시작했다. 류현진의 입장에서 샌디에이고전을 통해 '나는 1회에도 흔들리지 않는 투수'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주고자 했을 것이다.
그렇게 1회 전력투구를 하자 샌디에이고 타자들도 맥을 못췄다. 특히, 샌디에이고의 1-2-3번인 디노피아-베너블-기오코 트리오는 메이저리그 어느 구단에도 밀리지 않는 강타자의 조합. 하지만 디노피아는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에 그쳤고 베너블과 기오코는 삼진을 당했다. 베너블은 강력한 직구에 당황한 상황에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에 맥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기오코 역시 류현진의 볼배합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단 13개의 공 만을 뿌렸다.
1회를 완벽히 막아내서 그런지, 류현진은 2회부터 안정된 투구를 이어갔다. 3회 1사 후 연속안타를 허용하며 한 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기오코를 병살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류현진의 1회 전력투구 효과는 이날 경기 전체를 지배했다. 류현진은 이날 6개의 삼진을 잡았는데 평소와 달랐다. 주로, 우타자 바깥쪽 체인지업에 류현진 탈삼진의 최대 무기였다면 이날은 바깥쪽 빠른 직구 승부가 통하는 모습이었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머리속에 그리고 타석에 들어선 타자들이 의외의 직구가 들어오자 힘없이 방망이를 돌리는 모습이 많았다. 또, 직구 위주의 승부를 펼치다 마지막 결정구로 커브와 슬라이더를 간간이 섞자 타자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멍하니 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 점이 있다면 투구수 100개가 넘어가는 시점. 7회 급격하게 구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며 연속 3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경기 초반 온 힘을 다해 던진 것이 후반 영향을 줄 수 있었다. 다행히 상대 주자의 무모한 주루플레이로 실점을 허용하지는 않았지만 다음 등판에서 풀어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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