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세계남자배구선수권대회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한국남자배구대표팀은 9일 오전 일찍 숙소를 떠났다. 그동안 내렸던 많은 비도 그치고 오랜만에 환한 햇살이 내비쳤다. 날씨마저도 한국의 승리를 축하해주었다.
쾌거의 바탕에는 박기원 대표팀 감독이 있었다. 2011년 부임한 박 감독은 2012년 런던올림픽 진출 실패라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굴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2013년 월드리그에서 기적과도 같은 잔류를 이끌었다. 포르투갈과의 마지막 원정 2연전까지 한국은 승점7로 5개팀이 속한 C조에서 최하위에 머물렀다. 월드리그 강등 예선이 유력했다. 하지만 막판 포르투갈 2연전을 싹쓸이하며 4승6패(승점13)로 C조 3위를 차지, 월드리그에 남게 됐다.
세계선수권대회 진출은 더욱 의미가 깊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한 조에 속했다.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주전 선수들의 다수가 팀에서 이탈했다. 부상과 컨디션 난조가 이유였다. 박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젊은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꾸릴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일본의 홈텃세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의 훈련 시간을 들쭉날쭉하게 배정했다. 숙소나 차량 등의 지원도 매끄럽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훈련장에서는 특유의 유머와 합리적인 지도방식으로 선수들을 다독였다. 전술적으로도 준비가 많았다. 상대 블로킹을 맞고 떨어지는 볼을 재차 공격으로 연결하는 것에 신경썼다. 매일 서브도 가다듬었다. 이를 바탕으로 대표팀은 뉴질랜드, 카타르, 일본을 연파하면서 조1위까지 주어지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티켓을 손에 넣었다. 특히 일본과의 최종전에서는 3대0(25-20, 25-20, 25-13)의 완승을 거두며 배구팬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했다.
고마키(일본)=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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