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경기에서는 펄펄 끓는 힘과 투지 못지 않게 노련한 경험의 힘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정규시즌에는 멀쩡히 잘 뛰던 선수들도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경기의 압박감과 마주하면 평소에 하지 않았던, 해서는 안되는 플레이를 자기도 모르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결정적인 패인으로도 커지게 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인 두산이 올해 처음으로 가을잔치에 초대된 넥센보다 유리한 면을 지니고 있다.
특히 두산의 주장인 홍성흔이 갖고 있는 풍부한 경험과 노련미는 단연 두산의 최대 강점이라고 볼 수 있다. 넥센 타자들의 포스트시즌 경기 경험을 모두 합쳐도 홍성흔 한 명에 못 미친다. 그만큼 홍성흔은 대표적인 '가을잔치 단골손님'이었기 때문이다.
1999년 두산 전신인 OB베어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홍성흔은 올해까지 프로 15시즌 동안 무려 12차례나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OB-두산이 워낙에 탄탄한 전력을 보유한 덕분이다. 또 2009년에 롯데로 옮긴 뒤에도 4년 연속 가을잔치에 나갔다. 홍성흔이 뛰는 동안 롯데는 가을잔치 단골손님이었다. 홍성흔이 빠진 올해 롯데는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결국 홍성흔은 국내 프로야구 전체를 통틀어서 두 번째로 많은 포스트시즌 경기 출전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4경기)와 플레이오프(5경기)를 치르면서 포스트시즌 총 출전경기수를 '85경기'로 늘렸다. 이는 SK 박진만(104경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포스트시즌 출전경기수다. 넥센 타자들의 전체 포스트시즌 출전경기수를 합쳐도 홍성흔을 못따라간다.이렇게 풍부한 포스트시즌 경험은 홍성흔이 주장으로서 이번 가을잔치를 이끌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 확실하다. 15년간 85번의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면서 무수히 많은 경기 상황을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그 경험의 절반만 더그아웃에서 후배들에게 이야기해준다고 해도 두산의 조직력을 단단하게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경기 초반부터 넥센 거포들의 홈런포가 터져 끌려가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하자. 경험 많은 홍성흔이 "예전에도 ○○팀이랑 할때 우리가 이런 적이 있거든. 야, 여기서는 오히려 우리가 더 세게 붙어야 기회가 생긴다. 파이팅 가자!"라는 말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단순히 '힘내자, 이길 수 있다'와 같은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후배들을 독려한다면, 한층 더 파급력이 클 수 있다. 때문에 홍성흔의 존재감은 두산이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데 엄청난 시너지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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