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9일 목동 넥센전은 의미가 있었다. 넥센에게는 희망이, 두산에게는 불안감이 드리운 날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당시 넥센 4번 타자 박병호는 연타석 홈런을 뽑아냈다. 두산 선발은 노경은. 포스트 시즌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두 팀. 노경은은 확실한 두산의 선발요원.
박병호는 넥센의 간판타자.
당시 박병호는 1회 2사 1루 상황에서 노경은의 몸쪽 146㎞ 패스트볼을 통타, 좌측 펜스를 넘겼다. 투런홈런.
노경은의 실투가 아니었다. 가운데로 살짝 몰리기는 했지만, 박병호는 팔꿈치를 몸통에 붙이며 그대로 돌리는 정교한 타격 테크닉을 선보이며 홈런을 만들어냈다. 3회에도 높은 커브를 그대로 통타,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두개의 홈런은 박병호가 얼마나 여유있게 노경은의 강력한 공을 분쇄하는 지 잘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었다.
그런데 넥센 염경엽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상대팀의 빼고 싶은 투수'를 묻자 곧바로 "노경은"이라고 대답했다.
사실 노경은은 세부적인 약점은 있지만, 매우 훌륭한 선발투수다. 기본적으로 150㎞를 넘나드는 패스트볼과 함께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130㎞대의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장착하고 있다. 게다가 투구 시 빠른 릴리스로 상대 타자를 곤혹스럽게도 한다. 기본적으로 넥센 타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두산 투수가 노경은이다.
문제는 제구력이다. 잘 던지다가도 승부처에서 집중타를 허용한다. 순간적인 제구력 난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다.
노경은은 11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로 나섰다. 노경은에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박병호였다.
하지만 노경은은 다른 방식을 택했다. 박병호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봉쇄법은 좌우 코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많이 보완했지만, 여전히 박병호는 몸쪽에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노경은의 제구력은 좋지 않다. 꽉 찬 몸쪽 직구를 던지려고 시도하는 것은, 공이 몰릴 경우 장타를 허용하는 위험성도 수반하고 있다. 29일 1회 홈런이 단적인 예였다.
그런데 노경은은 방식을 바꿨다. 그는 매우 좋은 슬라이더와 포크볼이 있었다. 1회 5구째 몸쪽 패스트볼이 박병호에게 걸렸다. 하지만 좌측으로 많이 휜 장외 파울홈런이 됐다. 풀카운트에서 노경은은 절묘한 포크볼을 던졌다. 박병호는 헛스윙 삼진. 4회 두번째 타석도 마찬가지였다. 1B 1S에서 떨어지는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연속으로 던지며 헛스윙을 유도, 또 다시 삼진처리했다.
결국 노경은은 6회까지 무실점의 쾌투를 선보였다. 하지만 노경은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약점이 발목을 붙잡았다.
7회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이택근에게 내야 강습 안타를 내준 뒤 박병호를 볼넷으로 내줬다. 세번째 타석에서도 포크볼을 승부구로 삼았지만, 두 차례나 속은 박병호는 말려들지 않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노경은의 포크볼이 원바운드가 되며 전혀 스윙을 유도하지 못했다.
제구력이 흔들린 노경은은 김민성과 어렵게 승부했다. 포크볼이 원바운드되며 2B 1S로 불리한 볼 카운트를 맞았다. 결국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진 141㎞ 패스트볼은 가운데 높게 형성됐다. 김민성은 놓치지 않고 통타, 동점을 만드는 좌월 스리런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노경은은 곧바로 강판됐다.
박병호라는 '산'을 제대로 넘었지만, 고질적인 제구력 불안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김민성에게 발목을 잡힌 노경은이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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