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을 막기 위한 예방주사? LG도 맞았다.
준플레이오프 5차전 혈투를 치르고 올라온 두산. 믿을 건 경험과 경기 감각, 그리고 배짱이다. LG는 포스트시즌에 11년만에 진출한 팀. 대부분이 가을 초보다. 긴장할 가능성은 쉬다가 첫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LG가 높다.
두산 이원석은 1차전을 앞두고 "우리보고 지쳤다고 하고 준플레이오프에서 답답한 경기를 했다고 하는데 LG 선수들이 얼마나 떨릴지 직접 해봐야 할거다. 솔직히 나 조차 넥센하고 경기하는 동안 수비 나가 1회부터 9회까지 엄청 긴장하고 있었다. 사실 공이 안왔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더라"며 LG 선수들의 긴장을 희망 섞어 예상했다.
LG 선수 대부분이 가을 경험이 없는 건 사실. 하지만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쳤던 시즌 막판, 여러차례 큰 경기를 했다. 절정은 지난 5일 두산과의 시즌 최종전. 타 구장 넥센의 결과와 이날 경기 승패에 따라 2위부터 4위까지 모두 가능했던 단판 승부. 포스트시즌 압박감 이상이었다.
LG 김기태 감독은 16일 잠실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 시즌 최종전 당시 입었던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2위 확정 후 자축하던 선수들로부터 '물벼락'을 맞았던 유니폼. 시즌 2위를 확정시켜준 행운의 상징이다. 김 감독은 '시즌 최종전과 오늘(플레이오프 1차전) 중 어느쪽이 더 긴장되느냐'는 질문에 "두산과의 시즌 최종전이 더 떨렸던 것 같다. 그때는 2위부터 4위가 모두 가능한 경기였고, 오늘은 설령 진다해도 (뒤집을)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1차전에 앞서 "이상하게 떨리지 않는다"고 했던 유격수 오지환도 "지금보다 그때(정규 시즌 최종전)이 더 중요한 경기였고 더 긴장됐었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1회 2사 만루에서 기막힌 호수비로 선발 류제국을 구하는 등 공-수에 걸쳐 전혀 위축되지 않은 모습. 에이스 류제국 역시 일찌감치 예방주사를 맞았다. 류제국은 "삼성전(9월29일 잠실)에 복도까지 꽉 들어찬 관중들을 보니까 갑자기 긴장되더라. 그 덕분에 최종전(5일 두산전)은 좀 더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방주사 덕일까. 류제국은 1회 잠시 흔들렸지만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LG는 1차전을 아쉽게 패했다. 떨었다기 보다는 실전 감각이 뚝 떨어진데다 서두른 탓이었다. 1차전 두산 선발로 승리투수가 된 노경은은 "LG 선수들은 긴장했다기 보다는 다소 급해보였다. 긴장은 안한 것 같았는데 좀 덤비는 듯한 모습이었다"라고 상대해본 느낌을 전했다. LG의 발목을 잡은 것은 과도한 긴장이 아닌 과잉 의욕 탓이 더 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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