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막판, 우승도 강등도 아닌 부산과 성남의 경기를 보는 재미가 쫄깃해졌다. 지난 17일 K-리그 클래식 37라운드, 그룹A 6위 부산은 홈경기에서 수원을 1대0으로 꺾었다. 그룹B 2위 성남은 강등 배수진을 친 대전에 0대1로 패했다. 갈길 바쁜 상위팀에겐 '고춧가루'로, 잔류를 꿈꾸는 하위팀에겐 '기적의 통로'로 작용했다. 스플릿리그 시작 후 '동기부여'로 고민하던 팀들이 리그 판도를 이끄는, 흥미진진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그룹A 부산 '고춧가루 부대'
윤성효 감독의 부산은 24일 서울전, 29일 울산전을 앞두고 있다. 첨예한 4위 전쟁중인 '친정' 수원을 홈에서 1대0으로 꺾었다. 수원은 4연패 늪에 빠졌다. "서정원 감독에게 미안해서 끝나고 인사도 못했다"고 했다. 인천과 1대1로 비긴 후배 최용수 감독을 도와준 셈이 됐다. 그러나 또다시 서울과 맞붙는다. 막판 4위 전쟁의 키를 쥐었다. 윤 감독은 K-리그에서 서울에 대처하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감독이다. 올시즌 K-리그를 강타한 '윤성효 부적'이 마지막까지 효험을 발휘할지 지켜볼 일이다.
울산(승점 70)의 우승 가도에도 부산전은 결정적이다. 울산의 매직넘버는 '승점 5'다. 1경기를 더 치른 상태에서 승점 2점 뒤진 2위 포항(승점 36)은 4연승을 달리고 있다. 울산은 수원(23일·원정), 부산(27일·원정), 포항(12월 1일·홈)전을 앞두고 있다. 수원-부산을 잡고 조기에 자력 우승을 확정하기 원한다.
강팀과의 마지막 승부를 앞둔 윤 감독은 패기만만했다. "나는 강팀하고 하는 게 더 편하다"고 했다. "우리 홈에서 우승컵을 들게 하는 건 좀 그렇다." 특유의 느릿한 화법으로 울산의 원정 우승을 저지할 뜻을 표했다. '고춧가루'라는 표현에 대해선 단호했다. "우리가 '고춧가루'라기보다는 할일을 해야 한다."
그룹B 성남 '강등의 열쇠'
김용갑 강원 감독은 지난달 30일 성남 원정에서 승리한 후 "성남이 강등권과의 남은 경기에서 전승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치열한 강등권 다툼에서 그룹A급 전력을 갖춘 성남에 힘겨운 승리를 거둔 다음이다. 성남이 경쟁팀을 모두 물리쳐줬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전했다. 강원의 바람이 무색하게, 성남은 지난 17일 예상을 뒤엎고 최하위 대전에게 0대1로 패했다. 대전이 기사회생하면서, 가뜩이나 안갯속 강등권 순위표는 아예 미궁에 빠졌다. 37라운드 현재 11위 경남과 12위 강원이 나란히 승점 32, 13위 대구가 승점 29, 14위 대전이 승점 28이다.
성남은 23일 대구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있다. 또한번 키를 쥐게 됐다. 성남으로서는 올시즌 마지막 홈경기이자, 24년 역사의 '성남 일화' 이름으로 치르는 마지막 홈경기다. 그룹B 1위 제주(승점 58)와는 승점 2점차 2위다. 그룹B지만 '유종의 미'를 꿈꾸고 있다. 대구가 성남을 이기고, 강원, 경남이 각각 전남, 제주에 질 경우 11~13위 경남, 강원, 대구의 승점이 모두 같아진다. 대전쟁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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