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몸과 몸이 충돌하는 격렬한 스포츠다. 때론 상상조차 하기 싫은 아찔한 장면이 연출된다.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몰리나(서울)가 경기 시작 2분 만에 의식을 잃었다. 그는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 부산과의 홈경기에서 전반 2분 헤딩슛을 하는 과정에서 부산 수비수 김응진의 머리와 강하게 부딪혔다. 몰리나의 머리를 떠난 볼은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하지만 몰리나는 충격으로 그대로 쓰러지며 정신을 잃었다. 눈이 풀렸고, 혀가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데얀이 다급하게 벤치를 향해 손짓했고, 서울은 물론 부산 의료진까지 달려 들어갔다. 최용수 서울 감독도 몰리나를 향해 뛰어갔다.
K-리그는 아픔이 있다. 제주의 신영록은 2011년 5월 대구 FC와의 경기에서 부정맥으로 경기 중 쓰러졌다. 제주 트레이너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약 10분 만에 병원에 도착했다. 하지만 절반의 성공이었다. 50일 만에 의식을 되찾고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거동이 불편해 지금도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학습효과가 있었다. 서울 수비수 김진규가 혀를 붙잡았다. 의료진은 호흡을 유도하기 위해 가슴을 몇 차례 압박했다. 응급조치가 이어졌지만 의식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급기야 앰뷸런스까지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그라운드에는 5분여간 적막이 흘렀다. 부산 서포터스들은 "몰리나", "몰리나"를 연호했다. 적과 아군이 없었다. 서울 팬들은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모두가 숨죽인 순간 몰리나가 정신을 되찾았다. 서울 서포터스들도 "몰리나", "몰리나"를 외쳤다.
그는 걸어서 벤치로 돌아왔다. 윤성효 부산 감독은 몰리나를 붙잡고 "괜찮냐"고 물으며 등을 토닥거렸다. 하지만 더 이상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다. 전반 11분 고요한이 몰리나를 대신해 투입됐다. 몰리나는 후반 이대목동병원으로 후송돼 CT 촬영을 했다. 다행히 뇌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감동적인 장면이 이어졌다. 전반 26분 데얀이 선제골을 터트린 후 몰리나를 향해 달려갔고, 동료들도 그 뒤를 따랐다. 데얀은 몰리나를 껴안고 기뻐했다. 몰리나를 위한 세리머니였다.
윤 감독은 "우리 선수나 서울 선수나 누구든 그런 상황이 발생하며 지도자로서 선수를 아껴야하고 격려해줘야 한다"고 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애제자의 혼절에 아팠다. 그는 "몰리나가 쓰러지고 난 후 긴급 사인이 들어왔다. 충격이었다. 예전에 그런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위험한 생각이 순간 스쳤다. 몰리나는 물론 그의 사랑스런 가족이 생각났다. 의식을 회복한 후 본인은 강력하게 뛰고 싶다고 했지만 리스크가 있어. 과감하게 제외했다. 그 순간 감정이 복잡했다. 우리 팀 선수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참 그랬다"고 했다.
데얀도 "몰리나가 넘어진 후 앞에서 의식이 없는 것을 봤다. 6년간 서울에 있으면서 처음 목격한 아찔한 장면이었다. 두려웠지만 두 팀 의료진이 협업하면서 다행히 응급조치가 잘 됐다. 다행이다. 골을 넣은 후 몰리나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났다. 기쁨을 나누고 싶었다. 몰리나는 모두가 믿고 있는 동료다. 축구를 떠나서도 좋은 친구"라고 각별한 동료애를 과시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신영록 사고 후 경기장 응급치료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특수 구급차 1대와 의료진 3명(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이 의무 대기해야 한다. 경기장은 물론 선수단 이동과 훈련 때도 심폐소생술에 필요한 제세동기를 비치해야 한다. 응급상황에 대비한 매뉴얼도 만들었다. 그 조치가 빛을 발하고 있다.
승부는 양보할 수 없다. 하지만 모두가 동업자다. 몰리나가 쓰러진 후 약 8분간 이어진 두 팀의 침착하고 따뜻한 대처는 감동적이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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