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의 2013년, 파란만장한 드라마의 대서사시다.
외국인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클래식 14개 구단 중 유일하게 홀로서기를 했다. 토종 선수들로 고개를 넘고 또 넘었다. FA컵 2연패로 정점을 찍었다.
27일 오후 2시, 절박한 일전을 치렀다. 낮경기를 한 이유는 안방인 포항스틸야드의 잔디 전면 교체로 대신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포항종합운동장에 조명시설이 없기 때문이었다. 2013년 현대오일뱅크 클래식 39라운드, 상대는 FC서울이었다. 울산은 이날 오후 7시30분 부산과 원정경기를 치르는 상황이었다. 경기전까지 울산과의 승점 차는 5점이었다. 울산이 패하길 바라며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담담했다. "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뿐이다." 휘슬이 울렸다.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달랐다. 포항은 절박했다. 그리고 또 다리를 건넜다. 서울에 비기거나 패하면 울산이 경기도 하지 않고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쉽게 길을 내주지 않았다. 포항은 서울을 3대1로 제압했다.
서울은 주축인 하대성 몰리나 김주영 등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시상식 참석과 부상으로 포항 원정에서 제외됐다. 내년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 티켓을 확보한 후 동기부여도 떨어졌다. 포항 선수들은 눈빛부터 달랐다. 역전 우승을 향한 희망이 그라운드에 투영됐다. 한 발 더 뛰었다. 볼이 가는 곳에는 포항 선수들이 있었다. 볼 경합 과정에서의 투지도 빛났다. 몸을 아끼지 않았다. 일찌감치 대세가 갈렸다. 포항은 전반 12분 김승대가 포문을 열었다. 후반 21분 잠깐 위기가 찾아왔다. 서울 윤일록이 얻은 페널티킥을 데얀이 동점골로 연결했다. 데얀의 18호골이었다.
이어 포항의 대공세가 다시 시작됐다. 노병준이 선봉에 섰다. 그는 전반 26분 결승골에 이어 후반 29분 쐐기골을 터트렸다. 할 것은 다했다. 포항은 3점을 추가, 승점 71점이 됐다.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결과다.
황 감독은 "올시즌 시작부터 아주 어려운 상황이었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열심히 해줬고, 결과까지 얻고 싶어한다. 그런 것들이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나 싶다. 기회를 가졌을 때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것 신경쓰지 않고. 우리 것 하자고 했다.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며 웃었다.
끝까지 지칠 줄 모르는 포항의 도전은 신선했다.
포항=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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