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라는 단어 이외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상주를 꺾고 잔류하겠다."(김용갑 강원 감독)
"선수 구성이나 선수들의 자존심을 봤을 때 상주는 클래식이 어울린다."(박항서 상주 감독)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프로축구 승강 플레이오프가 장외 '설전'으로 문을 열었다. K-리그 클래식 12위 강원과 챌린지 초대 챔피언 상주의 사령탑 및 대표 선수들이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승강플레이오프 미디에 데이에서 입씨름을 벌였다.
"원래 계획은 11위 이상을 해서 바로 잔류하는게 목표였는데 이렇게 기자회견을 해보니 12위 한 것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 강원이 이렇게 기자회견을 해 볼 수 있겠는가." 지난해에 이어 극적으로 자동 강등을 면한 '생존왕' 강원의 김용갑 감독이 너스레를 떨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김 감독은 "승강플레이오프까지 오는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결국 우리는 해냈다. 잔류를 할 수 없다면 승강 플레이오프까지도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상주를 꺾고 우리가 잔류를 해야겠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단단히 준비한 모양이다. 클래식에 남은 티켓 한 장을 두고 결전을 펼쳐야 할 상주를 자극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김 감독은 "상대 경기를 기본적으로 5~6경기씩 보며 전력을 분석하는데 아직 상주 경기는 한 번도 안봤다"며 여유를 부렸다.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박항서 상주 감독은 맞불작전으로 '자존심'을 내세웠다. "상주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선수 구성만 놓고 보면 챌린지에 있는 것보다 클래식이 맞다고 본다. 선수들의 자존심을 생각해도 클래식이 더 어울린다." 자존심을 내세울 수 있는건 완벽한 준비가 됐있다는 자신감 덕분이다. 상주는 10월 중순, 일찌감치 챌린지 우승을 확정한 뒤 승강 플레이오프 준비 체제로 돌입했다. 포지션별 더블 스쿼드를 꾸려 다양한 변수에 대비했다. 자신감으로 무장한 박 감독은 "강원이 64실점을 했다. 실점이 많기 때문에 그 부분을 공략하겠다. 선수들의 전역 이후 수비가 약해졌는데 준비한대로만하면 강원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며 강원에 응수했다.
장외 설전 2라운드 화제의 중심에는 K-리그 챌린지 초대 득점왕에 등극한 이근호가 있었다. 이근호의 활약에 따라 클래식 막차의 주인공이 갈릴 수 있다는 것은 두 팀에 공통 분모였다. 김용갑 감독은 '이근호 봉쇄법'을 묻는 질문에 "청소년대표팀 시절 이근호를 가르쳐봐서 잘 알고 있다. 대응책은 준비해놨다"며 과거 얘기를 꺼냈다. 상주의 대응 역시 강렬했다. "잘 안다니깐 이근호를 선발로 내보내지 말아야겠다(웃음). 공격 전 포지션이 가능하니 고민을 더 해보겠다." 박 감독의 응수에 이근호가 힘을 보탰다. 이근호는 "김용갑 감독님과 어렷을 때 같이 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는 내가 풋내기였다. 지금은 다르다. 경기장에서 보여드리겠다"며 스승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근호의 도발(?)에 이번에는 강원의 '캡틴' 배효성이 복수의 칼을 갈았다. "울산 출신인 이근호가 울산-포항전을 보면서 안타까워서 눈물을 흘릴뻔 했다고 했는데 승강플레이오프에서 똑같은 상황을 다시 만들어주겠다."
두 팀의 장외 설전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본 무대는 4일(상주시민운동장)과 7일(강릉종합운동장), 승강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열린다. 1,2차전 각 90분 경기 후 득실차로 승리팀을 정하며, 동률시 원정 다득점 원칙이적용된다. 그래도 승부가 가려지지 않으면 연장전과 승부차기를 통해 클래식과 챌린지로 두 팀의 운명을 가르게 된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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