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팀을 꼭 한번씩은 잡아보고 싶다."
올 시즌 V-리그가 시작되기 전 김세진 러시앤캐시 감독이 밝힌 포부였다. 러시앤캐시는 신생팀이다. 시즌 전 훈련 시간이 부족했다. 주축 선수들은 대학팀의 경기에 나서야 했다. 이민규와 송명근 등은 대표팀으로 불려갔다. 단 2주만 손을 맞춘 채 V-리그에 나섰다. 그래도 김 감독은 5라운드까지 30경기에서 모든 팀들을 꼭 한번씩은 잡아보고 싶다고 했다. 그 중심에는 '삼성화재'가 있었다.
김 감독에게 삼성화재는 특별하다. 삼성화재에 입단해 줄곧 뛰었다. 실업리그 우승과 V-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삼성화재 외에는 다른 팀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러시앤캐시를 맡고 난 뒤 삼성화재의 위엄을 잘 알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삼성화재는 완벽한 팀"이라고 했다. 때문에 더욱 승부욕을 자극했다.
기회가 왔다. 22일 러시앤캐시는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삼성화재와 마주했다. 잃을 것이 없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투지를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1세트를 내주었지만 2,3세트를 잡아냈다. 김 감독도, 선수들도 환호하며 즐거워했다. 아쉽게 4세트를 내주었지만 5세트에서 분발했다. 러시앤캐시는 12-9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두었다. 하지만 역시 경험이 문제였다. 선수들은 승리를 눈앞에 두자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연이은 범실이 나왔다. 자멸이었다. 13-15로 경기를 내주며 아쉬움을 삼켰다.
경기 후 김 감독의 표정은 의외로 차분했다. 김 감독은 "승부처에서는 강심장이 필요하다. 경험이 없다보니 강단있는 공격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전은 내가 내는 것이다. 내 잘못이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경기가 팽팽하게 진행될 때 우리가 연습해온 세트 플레이를 해야만 한다. 그래야 승리할 수 있다"면서 "선수들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산=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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