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KIA 타이거즈의 선발투수들은 좋다. 불펜이 약하기에 강력한 선발진을 앞세워 '선발야구'를 하겠다는 의지다. 에이스의 책임감을 보이며 한 단계 성장한 좌완 양현종과 일본프로야구 다승왕 출신 홀튼, 그리고 FA를 앞두고 명예회복을 노리는 송은범까지, 1~3선발은 막강하다.
양현종은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왼손투수 반열에 올라설 기세다. 올시즌 커브라는 새로운 레퍼토리를 추가하며 위력을 더했다. 윤석민이 떠난 KIA에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난 1일 홈 개막전에선 본인이 자원해서 8회까지 던지는 등 책임감이 돋보인다.
홀튼은 일본에서 다승왕을 한 관록을 보이고 있다. 직구 최고 스피드는 140㎞대 초반에 머물고 있지만, 탁월한 제구력과 정상급 변화구 구사능력으로 노련미를 뽐내고 있다.
지난 30일 첫 등판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송은범도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30일 삼성전은 수비가 도와주지 않았던 측면이 컸다. 5일 두산전에서 커브와 슬라이더를 앞세워 완급조절을 하는 피칭이 빛났다. 그 어느 때보다 동기부여가 확실한 만큼, 지난해 부진은 재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KIA는 불펜 사정이 좋지 않다. 6선발 체제의 선발야구를 앞세워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처럼 선발에 비중을 두고 팀을 운영해야 할 상황이다. 1~3선발은 어느 팀에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다. 문제는 4,5선발이다. 김진우의 부상이 장기화되면서 두 자리가 불안하게 됐다.
KIA는 김진우 복귀 전까지 좌완 임준섭과 박경태를 4,5선발로 쓸 계획이다. '5선발 오디션'이라 불러도 될 정도다. 두 명 중 좋은 투수가 5선발로 선발진에 잔류하게 된다.
하지만 두 명 모두 아직은 부족한 모습이다. 임준섭은 지난 2일 NC전에서 5이닝을 채웠지만, 6회 무너지면서 5이닝 5실점을 기록했다. 박경태는 3일 NC전에 나와 4⅔이닝 9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KIA는 지난 주중 3연전에서 NC에 1승2패로 밀렸다. 공교롭게도 임준섭과 박경태가 선발등판한 날이었다. 홀수구단 체제로 상대와 로테이션이 꼬이면, 4,5선발이 나올 때 상대 1~3선발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 주중 3연전이 개막전이었던 NC는 이재학-찰리-웨버로 이어지는 1~3선발을 가동했고, KIA는 4,5선발이 나온 두 경기에선 선발싸움부터 밀렸다.
임준섭과 박경태는 아직 잠재력을 다 터뜨리지 못한 왼손투수들이다. 프로 2년차 임준섭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군입대를 앞둔 박경태는 매년 시즌에 들어가면 스프링캠프 때의 좋았던 페이스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두 명 모두 올시즌 확실한 활약이 필요하다. 임준섭은 선발로서 롱런을 위해, 박경태는 군 복무 이후 위치를 감안하면 5선발로 살아남아야 한다.
전력이 불안정한 KIA 역시 이들이 살아야 안정적인 페이스로 시즌을 끌고 갈 수 있다. 4,5선발의 호투로 잡는 경기가 늘어난다면, 약체로 평가받았던 KIA의 순위도 크게 요동칠 것이다. KIA의 5선발 오디션, 팀의 흐름을 좌우할 만한 중요한 요소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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