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가오' 떨어지는 모습은 보이지 맙시다."
먼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사과의 말부터 전한다. '가오'라는 말은 '폼, 체면' 등을 의미하는 속어이다. 일본어에서 얼굴이라는 의미를 가진 '카오'에서 유래가 돼 한국에서 새로운 뜻으로 자리를 잡았다. 웬만해서는 기사에 담아서는 안되는 단어인 줄 잘 안다. 하지만 LG 트윈스 김기태 감독의 야구를 설명할 단어로는 이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김 감독이 항상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기 때문. 이 설명 이후에는 체면이라는 단어로 바꿔 쓰도록 하겠다.
김 감독이 23일 전격 사퇴했다. 아무리 시즌 초반 무기력한 경기로 최하위로 떨어졌다지만, 지난 시즌 팀을 정규시즌 2위로 이끈 감독이 18경기 만을 치르고 자진 사퇴의 뜻을 밝혔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김 감독의 스타일을 한다면 이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프로선수, 프로 코칭스태프로서의 체면과 자존심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잃어서는 안된다는 그만의 야구 철학이 이런 빠른 결단을 내리게 했다.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체면'이다. 예를 들면, 에이스 류제국이 부진한 투구를 했다. 그러면 다음날 훈련을 마치고 지나가는 류제국을 불러 세운다. 그리고 '제국아, 너 어제 체면 많이 떨어졌다'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어준다. 끝까지 류제국을 밀고 가다 실점이 늘어났다. 김 감독은 "우리팀 에이스다"라는 말 한 마디로 교체 타이밍에서 그를 더 고집한 이유를 밝힌다. 그 속에는 그 다음 등판에서 그 체면을 꼭 세우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말로만 하는게 아니었다. 실제로 선수들의 먼 미래를 바라봤다. A 투수가 전날 불펜에서 나와 결정적인 순간 적시타를 허용했다. 선수로서 자신감이 땅으로 꺼지는 순간이다. 보통 감독들은 이렇게 무너지는 투수들을 믿지 않고 다음 경기에 등판시키기를 꺼려하거나, 2군으로 보낸다. 하지만 김 감독은 다음날 경기에 바로, 그리고 안타를 허용했던 투수와 다시 상대하게 한다. 이 승부에서 그 선수를 넘어 자신의 체면을 세우라는 의미다. 한 경기 승패, 그리고 한 시즌 결과를 놓고 얘기한다면 이는 굉장히 무모한 작전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1패, 2패가 시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초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김 감독의 생각은 확고했다. 당장 팀 성적고 자신의 거취도 중요하지만, 그 선수가 아픔을 스스로 극복하는 것으로 더 큰 선수가 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대구에서 삼성과의 시범경기 2연전이 열리던 때였다. 김 감독은 강상수, 박석진 투수코치와 함께 모처에서 소줏잔을 기울였다. 어느정도 술이 들어간 김 감독은 두 코치에게 "올해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갑자기 꺼내더니 "우리가 조금 힘든 일이 있어도, 절대 체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지는 남들 앞에서는 보이지 말자"라고 말했다. 감독 입장에서 팀 사정, 그리고 프로야구 판도를 봤을 때 분명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그 위기가 찾아올지 몰랐다.
선수들이 심기일전 하겠다며 모두 머리를 자르고 경기장에 나왔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참 미안한 일이었다. 자신을 잘못 때문에 선수들이 체면을 구겼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아닌 김 감독 입장에서 큰 수치였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팀은 바뀔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 체면을 위해 자신이 칼을 꺼내들었다. 일본 요미우리 코치 연수 시절 김 감독은 일본의 야구와 문화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고 돌아왔다. 김 감독은 때가 됐다고 확신이 섰을 때,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사무라이처럼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주변의 만류 같은 건 소용 없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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