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건' 노승열(23·나이키골프)의 흰색 모자 뒤엔 노란색 리본이 펄럭였다. 빨간색 상의 때문에 노란색 리본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라운드 내내 표정은 진지했다. 어릴적 꿈이었던 생애 첫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을 결정짓는 순간, 그는 하늘을 쳐다보며 기쁜 마음을 대신했다. 개인의 기쁨보다는 국가가 처한 큰 슬픔을 먼저 생각하는 한국 젊은이의 모습을 전 세계 골프팬들에게 보여줬다.
노승열이 28일(이하 한국시각) 끝난 PGA 투어 취리히 클래식에서 정상에 올랐다. 최경주 양용은 배상문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4번째 PGA 투어 챔피언에 등극했다. 우승 후 노승열은 "세월호 침몰로 마음 아파하는 국내 팬들에게 우승으로 조금이나마 위안과 행복을 전해주고 싶었다. 다음주에도 승리해 2주 연속 우승이라는 더욱 좋은 소식을 들려드리고 싶다"며 힘찬 메시지를 전달했다.
노승열은 이날 미국 루이지애나주 애번데일의 루이지애나 TPC(파72·7399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쳤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를 친 노승열은 공동 2위 그룹을 2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 122만4000달러(약 12억7천만원)와 함께 우승컵을 받았다.
PGA 투어 진출 3년 만에 첫 정상에 오른 노승열은 어릴 적부터 장타자로 이름을 날린 골프 신동이었다. 강원도 출신으로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골프채를 잡은 노승열은 중학교 3학년 때인 2006년 국가대표로 발탁돼 일찌감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07년 프로로 전향한 그는 2008년 아시안투어 대회인 미디어 차이나 클래식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해 아시안투어 신인상을 받았고 2010년에는 아시안투어와 유럽투어가 공동 개최한 메이뱅크 말레이시아오픈에서 18세 282일의 나이로 우승했다. 이 기록은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가 보유한 유럽투어 최연소 우승(18세 213일)에 이어 두 번째 최연소 우승 기록에 해당한다. 2010년 말레이시아오픈 우승으로 아시안투어 최연소 상금왕에 올랐던 노승열은 2012년 두 번째 도전 만에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꿈의 PGA 투어 무대에 진출했다. 하지만 PGA 투어는 만만치 않았다. 함께 PGA 투어 티켓을 따낸 배상문(28·캘러웨이)이 지난해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동안 노승열은 톱10에만 5번 드는 데 그쳤다. 그간 최고 성적은 2012년 AT&T 내셔널에서 기록한 공동 4위로, 2013년에는 난조에 빠져 투어 카드를 잃을 뻔했다. 하지만 다행히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 파이널 대회에서 우승하며 2013~2014 시즌에 합류했고, PGA 투어 78번째 출전 만에 마침내 우승컵을 거머쥐며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노승열은 "바람이 많이 불어 그린 위 볼 컨트롤 등 플레이가 쉽지 않았다"며 "첫 홀에서 보기를 하고 뒤쫓아오던 키건 브래들리가 2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불안했지만 내 경기에만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17번홀에서 파를 잡은 것이 승부에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해 퍼트가 들어간 뒤 주먹을 쥐어보였다"며 "그때 보기를 했으면 1타 차로 마지막 홀에 들어서게 돼 쉽지 않았을 텐데, 그 퍼트를 넣은 덕분에 18번홀에서 편안히 쳤다"고 설명했다. 노승열은 "PGA 투어 첫 우승이 매우 기쁘다"며 "로리 매킬로이, 조던 스피스, 패트릭 리드 등 뛰어난 젊은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우승으로 노승열은 세계랭킹에서 1.63점을 받아 지난주 176위에서 88위로 뛰어올랐다. 또 페덱스컵 포인트 500점을 받아 16위로 올라섰다. 다음달 9일 개막하는 '제5의 메이저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8월 7일 열리는 PGA 챔피언십, 2015년 마스터스 출전권 확보는 물론 2015-2016년 시즌까지 PGA 투어 출전을 보장받았다.
한편 같은 날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스윙잉스커츠 클래식(총상금 180만 달러)에선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7)가 우승을 차지했다. 리디아 고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레이크 머세드 골프장(파72·6507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한 리디아 고는 11언더파 277타의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1타 차로 제치고 프로 전향 후 처음으로 LPGA 투어 대회를 제패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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