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극적인 홈런을 만들어 내는데는 따라올 자가 없다. 왜 이승엽이 프로야구 최고 스타인지 보여준 한방이었다.
삼성 라이온즈 간판타자 이승엽이 포효했다.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기는 시즌 9호 역전 결승 3점 홈런으로 전날 부진을 말끔히 털어냈다.
드라마같은 홈런이었다. 역시 이승엽은 8회에 강했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일본전에서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전 일본전에서도 극적인 홈런이 8회 터졌다.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도 마찬가지였다.
이승엽 덕에 삼성이 7대4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삼성은 8회까지 LG에 2-4로 밀리며 연패 위기에 빠질 뻔 했다. 11연승 후의 연패. 아무리 잘나가는 삼성이라지만 위험한 신호일 수 있었다. 긴 연승 후 연패에 허덕이는 팀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승엽의 홈런 한방으로 삼성이 왜 강한지, 이승엽이 왜 강한지 증명됐다. 8회초 2아웃이 될 때까지만 해도 경기가 그대로 끝나는 듯 했다. LG는 마무리 봉중근을 조기 등판시켰다. 하지만 봉중근이 최형우에게 2루타, 박석민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이승엽에게 찬스가 왔다. 이승엽은 풀카운트 상황에서 봉중근의 직구를 걷어올려 우월 스리런포로 만들어냈다. 노려치기의 달인다웠다. 직구가 들어올 것이라고 확신한 스윙이었다. 바깥쪽 낮은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큰 타구가 나온 증거였다.
국내 최고 좌타자와 최고 좌완 마무리간의 맞대결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 볼, 볼. 이후 2개의 파울 타구가 나왔다. 2B2S 상황서 봉중근이 던진 바깥쪽 낮은 커브볼에 이승엽이 속지 않았다. 승부처였다. 이승엽은 움찔했지만 스윙을 참았다. 그렇게 풀카운트가 되며 이승엽이 수싸움에서 앞설 수 있었다.
사실 이승엽은 하루동안 죄책감에 시달렸을 것이다. 하루 전 열린 LG전에서 박석민을 대신해 5번 타순으로 승격해 선발출전했지만,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5회와 6회, 두 번째와 세 번째 타석은 모두 찬스였다. 하지만 삼진과 범타로 각각 물러나며 승기를 가져오게 하는데 실패했다. 이승엽이 한방만 해줬다면 삼성은 초반 리드 당하는 상황을 극복하고 한결 쉽게 경기가 풀릴 수 있었다. 역전 끝내기 패도 없었을 것이고 12연승이 됐을 것이며, 7회 리드시 144연승 기록이 저지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승엽에게만 누가 뭐라할 수 없는 패배였지만, 중심타자로서의 책임감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날 경기 이승엽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그런 것들이 느껴졌다. 이승엽은 평소 홈런을 치고도 세리머니를 잘 하지 않는 스타일. 하지만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1루 베이스를 돌던 이승엽이 오른팔을 힘차게 치켜 들었다. 3루 베이스를 돌 때는 가슴을 치는 세리머니로 자축했다. 덕아웃에 들어와서는 연신 한숨을 몰아쉬었다. 해냈다는 성취감보다, 그 전까지 느껴왔던 부담감이 더 컸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사실 이승엽은 이날 경기에서도 홈런 전까지 3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2회 병살타를 쳤고, 4회에는 2사 1, 3루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삼성이 수비를 하는 동안 덕아웃 옆 불펜에서 페퍼게임(2인 1조로 공을 던지고 치는 연습)을 쉬지않고 하며 다가오는 타석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간절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간절함이 극적인 역전 결승포로 이어졌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아내 이송정씨에게 함박웃음을 선물하는 홈런이기도 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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