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절하고 간절한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에 담을 수 있을까. '나부코'의 명곡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바빌론에 끌려간 히브리인들이 하느님에게 구원과 자비를 간구하는 처절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가슴을 긁는 현악기의 울림을 타고 시작되는 이 곡은 작곡가 베르디의 가슴을 서글픔으로 물들였다는 '날아가라, 내 마음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에 이르러 슬픔과 처절함을 넘어서 한편의 음악적 시(詩)로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Advertisement
누구보다 바빌로니아의 공주 아비가엘레 역을 소화한 소프라노 박현주의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아비가엘레는 동생 페냐냐의 연인으로 히브리왕의 조카인 이스마엘레를 사랑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또 아버지 나부코 왕의 권좌를 탐내다 비극적 최후를 맞는 인물이다. '나부코'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을 관록의 박현주는 드라마틱한 창법으로 연기하며 무대에 긴장감과 활력을 불어넣었다. 마리아 칼라스의 대표작이기도 한 '노르마'를 통해 유럽에서 쌓은 명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나부코 역의 바리톤 김진추 역시 탐욕의 권력자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회개하는 인물로 변화하는 캐릭터를 장중하게 보여줬다.
Advertisement
개관 초기부터 '토스카'(2008), '사랑의 묘약'(2009), '라 보엠'(2010) 등을 제작해온 고양문화재단은 2012년 예술감독 체제를 도입해 체계적인 오페라 제작 시스템을 갖춰 '피가로의 결혼'(2012), '카르멘'(2013) 등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여왔다. 정은숙 예술감독과 지휘자 장윤성 등 베테랑 군단이 호흡을 맞춘 이번 '나부코' 역시 재단의 저력과 가능성을 보여줬다.
Advertisement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