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야구협회는 24일 열린 정기대의원 총회를 통해 내홍의 밑바닥을 드러냈다. 현 회장과 그를 싫어하는 반대파 세력의 첨예한 대립이 두 시간 이상 계속 이어졌다.
야구협회는 이례적으로 총회의 전 과정을 언론 및 일반에 공개했다. 몇 차례 고성이 오갔지만 우려했던 파행 등의 불상사까지는 가지 않았다.
그러나 기자가 지켜본 총회는 한마디로 비정상적이며, 생산적이지 못했다. 한쪽에서 공격하고, 또 다른쪽에선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한해를 정리 결산하고, 새해에 어떤 사업을 하겠다는 비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 아마야구를 이끌고 있는 수뇌부의 총회 수준은 형편없었다.
두명의 감사 중 한명(강응선 제주야구협회장)은 박상희 대한야구협회장의 실정을 폭로하기 위해 열변을 토했다. 박상희 회장은 최근 불거진 기금과실금(이자)의 일부(3억여원)를 경상비로 잘못 사용한 부분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그러면서 전 집행부로부터 인수인계받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강응선 감사는 추가 폭로를 이어갔다. 지난 7월 상임집행부가 회의 자료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면서 대의원들에게 그 증빙자료를 돌리기도 했다. 또 그는 협회 수뇌부 인사들이 업무 추진비(신용카드 사용분)를 과다하게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박상희 회장은 좌불안석이었지만 침묵하는 시간이 길었다. 일부 사안에 대해선 협회 관계자들이 나서 해명 을 했다. 하지만 강응선 감사는 쉽게 수긍하지 않았다. 관계자에게 협회 사무실에 가서 장부를 갖고 오라고까지 했다.
박상희 회장은 총회 말미에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 하자"고 했다. 박상희 회장을 신뢰하지 않는 몇몇 대의원들은 "이렇게 넘어가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렇게 예산 집행건은 결국 통과되고 말았다.
박상희 회장은 지난해 5월 협회장에 당선됐다. 치열한 선거전 끝에 한표 차로 수장에 올랐다. 약 10개월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박 회장은 이사들과 대의원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는 선거의 후유증이라고 말한다. 아직도 이사진과 대의원들중에는 자신에게 한표를 행사하지 않은 반대 세력들의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수장이 된 후 전임 집행부가 짜놓은 이사들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보선이었고 이전 집행부(이병석 회장 등)와의 연속성을 고려했다.
박 회장은 지난 10개월 동안 내부 개혁을 외쳤다. 이전 집행부가 엉망으로 해놓고 넘긴 협회 장부(예산집행)를 정상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사용 내역이 불분명한 10억원을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돈에 대해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총회 말미에서도 그런 의사를 드러냈지만 다수의 대의원들은 침묵했다. 현재 협회는 이런 골깊은 내홍으로 교통정리가 안 되고 있다.
그런데 협회가 처한 외부 상황은 심각하다. 정부(문화체육관광주)는 다음달 27일까지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미 축구, 농구, 배구는 엘리트와 생활체육 단체가 통합 수장을 뽑았다. 하지만 야구협회는 국민생활체육 전국야구연합회(회장 박영순)와 통합 논의 이전에 자기 집안 내부에서도 의견을 통일하지 못하고 있다. 박상희 회장은 회계장부에 매달린 나머지 아마야구가 나아갈 큰 비전엔 소홀하다.
또 국제무대에서도 대한야구협회의 위상은 떨어져 있다. 국제대회를 다녀온 한 대의원은 "우리 협회에서 국제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자꾸 소외되고 따돌림받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시아는 일본과 대만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구협회는 그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내부에서의 '밥그릇' 싸움을 멈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외부 개혁의 '칼날'이 들어갈 것이다. 정부에선 야구협회의 최근 일련 일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통합이 예정대로 되지 않을 경우 등록 단체 등급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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