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형을 꼭 따라한 건 아닌데…."
kt 위즈 외야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까. 그럴 수도 있다. '제2의 손아섭'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닉네임을 많이 들어왔던 선수인데, 이제 등번호까지 손아섭과 같아졌다. 그 주인공은 하준호다.
하준호는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범경기 2연전에 모두 2번-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kt는 2경기 연속 주전급 선수들을 총출동시켰다. 기존 중견수 이대형이 좌익수로 이동하고, 하준호가 중견수 자리를 지켰다. 14일 첫 경기에서 멀티히트에 어려운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척척 잡아냈다. 15일 2차전에서도 멀티히트. 아웃이 된 타구 중에서도 잘맞은 타구들이 있었다. 방망이가 거침없이 돌아갔고, 직구-변화구 모두에 잘 대처하는 모습이었다. 아직 확정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지금 페이스라면 하준호가 주전 외야수 자리를 꿰찰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형과 좋은 테이블세터가 될 수 있다.
올해 하준호에게느 작은 변화가 있다. 등번호가 바뀌었다. 지난해까지 45번을 달고 뛰었는데, 올해는 31번이다. 31번은 그렇게 인기있는, 흔한 번호는 아니다. 하지만 31번 하면 딱 떠오르는 선수가 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의 간판타자 손아섭이다.
공교롭게도 하준호와 손아섭의 인연은 깊다. 하준호가 89년생으로 손아섭보다 1살 어리다. 두 사람은 같은 부산 출신. 손아섭은 부산고의 야구 천재, 그리고 하준호는 라이벌 경남고의 야구 천재였다. 두 사람 모두 고향팀 롯데 유니폼을 입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하준호는 투수로 입단했다가 야수로 전향했다는 것이다.
하준호가 야수로 전향할 때부터 '제2의 손아섭' 얘기가 많이 나왔다. 작고 단단한 신체에 거무잡잡하고 남성미 넘치는 얼굴이 닮았다. 우투좌타 외야수고, 강견인 것도 닮은 꼴. 가장 비슷한 건 상대 투수를 잡아먹을 듯한 매서운 눈빛을 타석에서 보여준다는 것과,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근성있는 플레이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손아섭이 승승장구 하는 사이, 하준호는 2015 시즌 도중 kt로 트레이드 됐다.
kt 이적 후 하준호는 코칭스태프로부터 발전 가능성에 대해 많은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그만큼의 플레이를 그라운드에서 펼쳐 보이지 못했다. 이제 kt는 김진욱 감독이 새롭게 팀을 이끈다. 이를 계기로 하준호도 심기일전하게 된 것일까. 그 의지를 등번호 교체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하준호는 "손아섭을 의식한 등번호 교체인가"라고 질문을 던지자 "그 형을 꼭 따라한 건 아니다. 31번 달고 잘하는 선수들이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많다. 마침 이 번호가 비어있길래 바꿨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31번으로 유명한 스타는 메이저리그에 많지 않다. 전설의 투수 그렉 매덕스 정도, 강타자 포수 마이크 피아자 정도가 유명한 31번 선수다. 최근에는 워싱턴 내셔널스 맥스 슈어저가 31번을 달았는데, 그는 투수다. 하준호는 이내 민망했는지 "아섭이형도 물론 31번 달고 잘하는 선수이기는 하다"며 쑥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손아섭을 생각하며 바꿨다고 대놓고 말하기에는 민망한 표정이었다.
어찌됐든 손아섭은 31번을 달기 시작한 2010년부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하준호도 31번을 단 올해부터 새로운 야구 인생을 펼칠 수 있을까. 일단 봄의 시작은 매우 좋아보인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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