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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준호→이승기→윤두준, '국민남'의 영리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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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국민남'의 변신에 여심이 흔들리고 있다.

가장 먼저 변신 신호탄을 쏜 건 준호다. 준호는 자타공인 '국민 짐승돌' 2PM의 멤버로 아시아를 호령하던 한류스타다. 그런 그가 지난해 KBS2 '김과장'으로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선보이더니 올 초부터는 JTBC 월화극 '그냥 사랑하는 사이'로 시청자의 눈물샘을 쏙 빼놓고 있다.

그는 붕괴사고 트라우마로 세상을 등지고 사는 강두의 반항아적인 면모부터 유일하게 안식처를 내어준 할멈(나문희)과의 티격태격 케미,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문수(원진아)와의 애달픈 러브라인까지 복합적인 감정선을 매끄럽게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안정적인 발성과 발음,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까지 더해지며 준호가 곧 강두고, 강두가 곧 준호가 되는 기묘한 현상이 벌어졌고 시청자는 그렇게 강두가 인도하는 힐링과 눈물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덕분에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2004년 초히트를 기록한 멜로물의 레전드, '미안하다 사랑하다'의 계보를 잇는 '웰메이드 정통 멜로'라는 극찬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배턴을 이어받은 건 이승기다. 이승기는 '내 여자라니까'로 '국민 연하남' 신드롬을 불러왔던 장본인이다. 또 학생 회장 출신이라는 이력이 공개되며 바르고 성실한 '국민 엄친아'로 전연령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그런 이승기가 군 제대 후 tvN 토일극 '화유기'로 컴백하며 분위기를 180도 전환시켰다.

극중 손오공 역을 맡은 이승기는 준수한 외모에 넘치는 능력까지 갖췄지만 연애에 있어서만큼은 허술한 손오공의 반전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자신을 속박하는 금강고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며 툭하면 "잡아먹는다"고 진선미(오연서)를 협박하지만, 자꾸 그에게 향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오도방정을 떠는 모습은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런가 하면 진선미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바람처럼 나타나 그를 구해주는 듬직한 모습과 "금강고의 주인은 너 하나"라며 '금강고 작동 키스'를 나누는 '사랑꾼'의 면모를 보여주며 상남자의 매력을 뿜어내기도 한다. 전에 없던 '멜로 눈빛'을 장착한 이승기의 반전에 시청자는 이미 푹 빠져든 분위기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화유기'는 초반의 악재를 이겨내고 주말극 강자로 자리잡고 있다.

마지막 주자는 윤두준(하이라이트)이다. 윤두준은 '국민 남친돌'의 시조다. 비스트 2집 '쇼크' 활동 시절 '일밤-단비'에 출연을 병행했던 그는 궂은 환경에서도 묵묵히 맡은 일을 마치는 든든한 모습을 보이며 '국민 남친돌'이란 애칭을 얻은 바 있다. 이후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식샤를 합시다'에서도 우직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런 윤두준이 이번에는 '남친돌'은 커녕, '남친 후보'에도 거리가 먼 '연애 초보'로 변신했다. KBS2 새 월화극 '라디오 로맨스'에서 윤두준은 지수호 역을 맡았다. 지수호는 배우 아버지의 영향으로 아역 배우부터 시작해 16세 나이에 칸 영화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탄 자체발광 꽃배우다. 그러나 너무 어린 나이에 가혹한 비즈니스의 현실을 알아버렸고, 완벽하게 만들어진 가면 속에 숨어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대본을 짜야만 살아갈 수 있는 비운의 캐릭터다. 연애는 둘째치고 자신의 진짜 감정과 생각을 어떻게 드러낼지도 몰랐던 지수호가 솔직함으로 중무장한 송그림(김소현)과 만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로맨스가 '라디오 로맨스'를 관통하는 핵심 라인이다.

윤두준은 29일 첫 방송부터 촬영 트라우마로 매일 밤 약이 없으면 잠들지 못하는 톱스타의 씁쓸한 이면과 송그림과의 묘한 관계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며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성공했다.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이중적인 지수호의 모습이 앞으로 펼쳐질 아날로그 로맨스를 기대하게 만든다는 평. 시청자들은 첫 방송 만으로도 '본방사수'를 외치며 본격적인 '수호 앓이'를 예고하고 있다.

2000년대 중후반을 흔들었던 '국민남'들의 변신에 시청자는 환호를 보내고 있다. 이제 막 껍질을 깨고 나온 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매력을 보여줄지 기분 좋은 기대가 쏠리고 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