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는 이제 현실적인 계산을 하고 있다. 가능성이 희박해진 3위 역전보다는 서서히 준플레이오프 준비를 하는 게 너 효율적일 수 있게 됐다. 특히나 3위 한화 이글스가 지난 9일 KT전에 승리하면서 승차가 2경기로 벌어지면서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역전 시나리오가 딱 하나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 남은 2경기에서 한화가 모두 지고, 넥센은 2연승을 해야 3위 역전이 되는데 실현 가능성이 매우 적다. 무엇보다 한화의 현재 기세와 전력을 보면 막판 2연패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넥센도 그래서 잔여 2경기보다는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되는 포스트시즌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와일드카드 후보들의 진흙탕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이는 분명 넥센 입장에서는 호재다.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가 치열하게 붙으면 붙을 수록 전력 소모가 커지고, 이는 곧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힘이 빠질 대로 빠진 상태로 올라온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5위를 어느 팀이 차지하게 될 지 예측하기 어렵다.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맞대결에서 롯데가 연장 11회말 문규현의 끝내기 2루타타를 앞세워 11대10으로 승리하며 팀간 승차가 사라진 상황이다. KIA가 승률에서 앞서 5위를 하고는 있지만, 위태롭다. 무엇보다 두 팀의 맞대결이 3번이나 남았다. 결국 승자와 패자는 이 3번의 맞대결로 결정될 전망이다.
◇지난 9일 부산 KIA전에서 연장 11회말 끝내기 2루타를 날린 뒤 동료들의 축하 물세례를 받는 롯데 문규현. 연합뉴스
이런 치열한 대결 국면 속에서는 전력을 아낄 여유따윈 없다. 그래서 KIA는 9일 경기에서 투수 9명을 쏟아 부었다. 롯데는 8명의 투수를 냈다. 승리에 대한 절박함과 부실한 투수력이 빚어낸 결과다. 확실한 선발과 필승조가 없다 보니 일단 끌어 쓸 수 있는 전력은 모두 투입했다. 승자가 얻는 메리트가 있지만, 어쨌든 두 팀 모두 전력 소모가 너무 컸다.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이런 '진흙탕 싸움'을 보는 넥센은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을 듯 하다. 어느 팀이 됐든, 포스트시즌 파트너의 전력 상황을 자세하게 관찰하면서 대비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 게다가 두 팀 모두 전력 소모도가 커서 막상 가을행 티켓을 따더라도 제대로 힘이나 쓸 수 있을 지 우려되는 지경이다.
물론 이 또한 넥센에는 유리한 상황이다. 때문에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자칫 매우 싱겁게 끝나게 될 수도 있다. 이러면 넥센은 포스트시즌에서 오랜만에 돌풍을 일으킬 원동력을 만들 수 있다. 그런 이유로 KIA와 롯데의 '준 와일드카드 결정매치'가 치열할 수록 넥센에는 유리한 셈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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