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박세웅(25)은 과연 양상문 감독 체제에서 다시 '안경에이스'로 거듭날 수 있을까.
박세웅은 올 시즌 데뷔 후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시즌 14경기서 49이닝을 던져 1승5패, 평균자책점 9.92. 지난 2014년 프로 데뷔 후 최악의 성적에 그쳤다. 지난해 12승6패, 평균자책점 3.68로 롯데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던 그였기에 부진의 충격은 더 컸다. 이런 박세웅을 다음 시즌 양상문 감독이 어떻게 활용할 지에 관심이 쏠린다.
사실 올 시즌 박세웅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부분이다. 박세웅은 지난해 총 171⅓이닝을 소화했다. 지난 2015년 KT 위즈에서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 입은 뒤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2015년 114이닝(31경기), 2016년 139이닝(27경기)을 던진 것과 비교해보면 속도가 빨랐다. 이적 후 풀타임 선발로 자리 잡으며 얻은 신뢰의 방증이지만, 100이닝 이상 투구한 만 25세 투수 중 전년도 시즌에 비해 30이닝 더 많이 투구한 투수들의 부상 확률이 급격히 올라간다는 '버두치 리스트'에 대한 우려도 존재했다. 결과적으로 박세웅이 올 초 팔꿈치 통증에 이어 1군 진입 후에도 부진한 경기력에 그치면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올해의 박세웅은 지난 세 시즌과 비교해보면 출전-이닝수 자체가 사실상 안식년과 다름 없었다. 충분히 휴식을 취했고 부상 우려도 턴 그가 자신감을 회복하면 예전의 구위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한다. 그러나 자신감을 떠나 밋밋한 구위, 불안한 제구 등 투구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재기 여부를 속단할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박세웅 살리기'의 공은 양상문 신임 감독에게 넘어왔다. 박세웅은 다음 시즌 롯데 선발진에서 김원중과 함께 제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로 꼽힌다. 올 시즌 두 투수가 각각 시즌 초반 이탈, 부진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부담을 가중시킨 바 있다. 투수 코치로 다년간 경험을 쌓은 양상문 감독도 이 점을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땅한 대체 선발이 보이지 않는 현 상황에서 박세웅 활용은 양상문 감독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최악의 경우 대안을 찾는 작업에 속도를 낼 수도 있다.
양상문 감독은 취임 후 인터뷰에서 "롯데에 젊은 투수들 중 좋은 투수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26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시작될 롯데의 마무리캠프에서 양상문 감독은 박세웅에게 어떤 평가를 내릴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