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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해커의 '12초룰' 위반, 균형이 깨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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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가 홈 1,2차전을 연이어 잡고 한국시리즈 티켓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1차전 난타전과 달리 2차전은 투수전 양상이었다. 특히 SK는 선발 메릴 켈리와 5명의 불펜투수가 넥센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며 이상적인 승리를 거뒀다. 2차전 승부를 SK로 기울게 한 3가지 키워드를 짚어봤다.

▶해커의 '12초 룰' 위반

투수는 심판의 판정 하나하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넥센 선발 에릭 해커는 4회까지 1실점으로 잘 막다 1-1 동점이던 5회초 김강민에게 솔로홈런을 얻어맞고 역전을 허용했다. 해커가 흔들릴만한 상황이 있었다. 5회 선두타자 김성현과의 대결. 해커는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준비를 하다 유니폼 상의 오른팔에서 실오라기를 떼어낸 뒤 투구에 들어갔다. 그런데 해커가 던지기 직전 원현식 주심이 '타임'을 선언하고 본부석 기록실을 향해 오른손을 들어 볼을 선언하고 해커에게 다가갔다. '12초 룰'을 어겼다는 것이다. 해커는 앞서 4회 최 정을 상대로 같은 이유로 한 차례 경고를 받은 터였다. 해커는 "실오라기 떼내느라 시간이 걸렸다"는 몸짓을 보였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커는 김성현을 2루수 플라이, 강승호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고 이닝을 넘기는 듯했다. 하지만 김강민에게 141㎞ 직구를 한복판으로 던지다 중월 솔로홈런을 맞고 리드를 허용했다. 이어 한동민에게 자신의 앞으로 흐르는 내야안타를 맞기까지 했다. 해커로선 억울할 법도 하지만, 12초 룰 위반 여파는 컸다.

▶희비 갈린 '5번 타자' 카드

양팀은 전날 1차전과 다른 라인업을 들고 나갔다. 주목할 타순은 양팀 모두 5번. 넥센은 송성문, SK는 박정권을 5번 타자로 선발기용했다. 두 선수 모두 1차전서 인상적인 홈런을 날렸기 때문이다. 송성문은 SK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 투런 홈런 2개, 박정권은 9회말 김상수로부터 끝내기 투런포를 터뜨렸다. 양팀 사령탑 모두 두 선수의 집중력과 장타력에 기대를 걸고 중심타선에 포진시킨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달랐다. 송성문은 2회와 4회 선두타자로 나가 각각 삼진과 투수땅볼로 아웃됐고, 6회초 1사 1루서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헛스윙 삼진을 당해 4타수 무안타 3삼진. 반면 박정권은 2회 첫 타석에서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을 뿐 , 4회 2사후 볼넷을 얻은데 이어 6회말 1사후 또다시 볼넷을 고른 뒤 후속 이재원의 홈런으로 홈을 밟으며 쐐기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SK 불펜의 '이닝 끊어던지기'

SK 선발 켈리는 오른손 저림 증상 때문에 1-1 동점이던 5회초 교체됐다. SK는 정규시즌서 불펜이 불안했다. 구원진 평균자책점이 5.49로 10개팀 중 7위에 머물렀다. 전날 1차전서도 8-5로 앞선 7회초 문승원이 제리 샌즈에게 좌월 스리런포를 얻어맞아 8-8 동점을 허용했다. 불펜 운영은 단기전에서 매우 중요한 승부 전략이다. 본래 선발요원인 문승원을 위기에서 기용한 것을 두고 말이 나왔다. 하지만 2차전서 SK 벤치는 필승조를 적절한 시기에 올리며 위기를 벗어났다. 5회 윤희상은 1사 1,2루를 만들어 놓고 내려갔지만 좌완 김택형이 좌타자 김규민을 144㎞ 직구로 3루수 병살타로 처리하며 실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위기를 벗어난 투수의 집중력은 다음 이닝까지 이어진다. 김택형은 6회 볼넷과 실책으로 주자 2명을 내보냈으나 역시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좌타자 송성문과 임병욱을 모두 헛스윙 삼진처리한 게 컸다. 7회 정영일, 8회 김태훈, 9회 신재웅은 각각 1이닝 삼자범퇴로 완벽함을 자랑했다. 인천=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