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당신은 우리 모두의 영원한 어머니이십니다."
최근 K리그1 부산 아이파크 클럽하우스에서 작지만 아름다운 은퇴식이 열렸다.
은퇴식의 주인공은 이른바 '원클럽맨'이었다. 하지만 선수는 아니다. '선수들의 어머니'라 불리는 김행순씨(62)다. 무려 29년간 부산 구단에 근무했다. 선수단 숙소를 관리하는 게 그의 주업무였다.
선수들이 항상 청결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온갖 궂은일부터, 때로는 어린 선수들을 고향집 엄마처럼 따뜻하게 품어주는 어머니 역할을 했다.
이제 힘든 일을 하기엔 버거운 나이로 접어들자 어쩔 수 없이 팀을 떠나게 됐다. 구단이 직장인에게 흔히 붙이는 '정년퇴임식'이 아니라 '은퇴식'이란 명칭을 쓴 것은 선수단의 가족으로 지내온 김씨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서다.
김씨가 부산 구단에 입사한 것은 1991년. 대우 로얄즈 시절이다. 당시 K리그엔 클럽하우스란 게 없었다. 부산 해운대구의 대우그룹 계열사가 지은 아파트 2개동을 빌려 생활했다. 젊은 선수들이 아파트에 모여 단체 생활을 하니 집안 정리정돈 상태가 어떠했을지는 안 봐도 뻔하다. 그래서 더욱 김씨의 손길이 필요했다.
김씨는 부산 레전드들의 신인 때부터 은퇴까지를 모두 지켜봤다. 부산의 유일한 영구결번 스타인 김주성을 비롯해 1999년 K리그 MVP이자 2002년 한-일월드컵의 영웅 안정환, '왼발의 달인' 하석주, '도쿄대첩의 주인공' 이민성, 2002년 월드컵 멤버 송종국 등이 김씨의 손길을 거쳤다.
김씨는 땀에 전 유니폼, 양말 빨래부터 구석구석 방 청소 등을 하며 선수들을 뒷바라지 했다.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김씨를 '어머니'라고 부르며 따랐다.
김씨의 성실함은 웬만한 대기업 장기근속자도 머리를 숙일 정도다. 부산 구단에 따르면 김씨는 29년 동안 정규 휴일을 제외하고 딱 1번을 결근했다고 한다. 결근했던 하루는 아들을 군대 보낼 때였다.
살아온 인생의 절반이 되는 기간 동안 친가족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맘 편히 활약할 수 있도록 헌신한 것이다.
그런 김씨에게 특별히 즐거웠던 순간은 따로 있었다. 부산이 K리그 전관왕을 했을 때, 2002년 월드컵에서 부산 출신 선수들이 활약할 때, 2019년 K리그1 승격을 이뤘을 때도 기억에 남지만 "선수들이 숙소에서 부상없이 편안하게 웃으면서 생활할 때가 가장 좋았다"고 했다. 떠나는 순간에도 영원한 어머니의 마음을 보여주는 소감에 선수단도 뭉클했다.
이런 김씨를 떠나보내는 구단은 최근 팀훈련을 잠시 미루고 작지만 특별한 은퇴식을 가졌다. 안기헌 대표와 조덕제 감독을 비롯해 구단 직원과 선수단이 모두 모여 석별의 정을 나눴다.
김씨는 "막상 일을 그만 둔다고 생각하니 지나간 선수들이 많이 생각난다. 모두가 순수하고 착한 선수들만 있었다. 특히 선수 시절에 봤던 조덕제 감독도 오랜 시간이 지나 클럽하우스에서 다시 보니 너무 반가웠다"면서 "지나간 모든 선수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구단에서도 배려해 주셔서 감사하다. 항상 마음으로 응원하고 구단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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